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 인쇄로 혼선

사전투표 첫날 안팎

국제신문
박현철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2014-05-30 22:55
/ 본지 4면

사전투표 첫날인 30일 오전 충북 증평군청에 차려진 증평읍 제2 사전투표소에서 군인들이 투표를 하기에 앞서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을 입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낮 12시께야 고창권 사퇴 안내
- 선관위 "늦게 신청해 불가항력"

- 통영 섬주민들 투표 돕기위해
- 선착장 바로 앞에 투표소 설치

- "내 주소지 후보 잘 모르겠다"
- 관외투표자, 정보 부족 호소

- 투표소 옆 불법선거운동 적발
- 가림막 없어져 유권자들 당황

6·4지방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인 30일 부산의 210곳, 경남 315곳, 울산 56곳 사전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유권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시민들은 사전투표 덕에 선거에 참여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직 이 제도가 시행초기이다 보니 몇몇 투표소에서는 혼선과 실랑이도 있었다.

○…이날 사전투표를 한 김형욱(51·부산 금정구) 씨는 "시장후보에서 사퇴한 고창권 씨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있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는 조치를 취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통합진보당 고창권 씨는 지난 29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이튿날인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사퇴 신고를 했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사퇴자가 투표 당일 오전 11시께에야 사퇴 신청을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를 투표소 현장에서 인쇄하기 때문에, 사전에 사퇴한 후보의 이름은 삭제해서 배부하게 돼 있지만 이날 고 씨의 경우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낮 12시께 고 씨의 사퇴를 알리는 안내문을 각 투표소에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상당수 유권자가 투표를 한 뒤였다.

○…경남 통영에서는 섬사람들의 투표가 이뤄졌다. 통영시 한산면사무소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오전부터 인근 섬에서 온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통영시선관위는 선착장 앞 면사무소를 투표소로 꾸며 배를 타고 온 섬 주민이 쉽게 투표하도록 배려했다. 일부 주민은 낚싯배를 이용했다. 이날 통영지역은 날씨가 화창한데다 파도마저 잔잔해 예상보다 많은 섬 주민이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한 정치선(여·85) 씨는 "선거 당일에는 마늘 농사 때문에 바빠 투표소 가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기에 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관외 투표자의 경우 자신의 주소지에서 출마한 후보자를 알지 못한 채 투표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투표 공보물이 투표자의 주소지로 배달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관외 투표자 상당수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사하구 당리동 투표소를 찾은 한 관외 투표자는 "직장 때문에 오랜기간 주소지를 떠나있다 보니 내 주소지 선거구에 나온 후보를 알 길이 없다"며 "투표소에서 지역별 후보자 정보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사전투표소 밖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규정에 어긋난 선거운동을 하다 경찰과 선관위의 제재를 받았다. 사전투표소 100m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날 북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일부 후보의 운동원이 투표소 바로 옆에서 시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 신고를 받고 나온 선관위 직원과 경찰이 제재하자 운동원들은 "불법인 줄 몰랐다"며 자리를 떴다.

○…달라진 투표소의 모습에 일부 유권자는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사하구 당리동 투표소를 찾은 박모(47) 씨는 "투표소에 평소와 달리 'ㄷ'자형 칸막이만 있을 뿐 가림막이 없어 혹시 투표지가 보일까 봐 신경쓰였다"면서 "지문인식기 등 새 투표 시스템에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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