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계수단 삼은 노인들 타격

불황의 그늘이 짙다. 최근에는 이런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폐지에 물을 뿌려 무게를 늘리는 폐지 수집업체가 늘어가고 있다. 이 같은 행위의 피해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일부 떠안게 된다고 하니 씁쓸하다.

지난 6일 오후 2시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폐지 수집장에서 인부가 야적장 한쪽에 쌓여 있는 폐지 더미에 고무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폐지를 제지 업체에 납품할 때는 무게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고물상들에 따르면 종이상자 등 폐지는 ㎏당 70~80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폐지에 물을 뿌리면 20% 정도 무게가 늘어 t당 7만~8만 원에서 9만~10만 원으로 올라간다.

문제는 물 먹이는 행위가 폐지 가격을 거듭해서 떨어뜨리는 탓에 폐지를 줍는 이들의 호주머니만 가벼워진다는 점이다. 수집한 폐지는 중간업체를 거쳐 골판지 회사로 들어간다. 골판지 회사는 폐지 중량을 상정할 때 수분과 오물 등을 감안해 폐지 무게를 뺀다. 지난해까지 평균 10%였던 감량 비율이 최근 20∼30%까지 올랐다. 결국 중간업체들은 폐지 매입 단가를 낮추고, 고물상들은 폐지를 수집하는 이들에게 내려간 가격을 매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한 골판지 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폐지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면 원료 총량의 85%가 종이로 재생되지만, 물을 먹인 폐지는 이물질과 물을 빼고 나면 최고 65%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폐지 수집업은 자유업이어서 물을 뿌린다고 단속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이와 유사한 풍경이 많이 생길 것이다. 올겨울엔 또 어떤 유형의 씁쓸한 풍경이 연출될까. 약간의 편법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심리를 탓할 기운도 없는 형국이다. 그저 짙어가는 불황의 그림자가 못내 야속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