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달라졌다. 평소 보기 힘든, 수위 높은 표현을 연일 사용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전면에 나섰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차분했던 이미지를 벗고 전투적 이미지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제1야당을 대표하는 광역단체장의 면모를 부각해 내년 치러지는 부산시장 선거전까지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국제신문 DB

박 시장은 18일 CBS라디오에서 정부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추진을 비난하면서 한국산업은행을 ‘고래’에, 동남권투자은행을 ‘참치’에, 동남권투자공사를 ‘멸치’에 각각 비유했다. 박 시장은 “투자공사를 산업은행 대체제로 제안한다는 것은 부산시민 입장에서는 고래와 참치 정도가 아니라 고래와 멸치를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는 것 때문에 (민주당에서) 반대한 것”이라며 “동남권투자은행을 만드는 것이 투자공사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 그래서 편의주의적으로 투자공사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탕발림”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에도 정부가 투자공사 설립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명백한 대통령 공약 파기’라고 반발(국제신문 17일 자 1면 보도)했다.

박 시장은 또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관련, “사법부를 통제권 안에 두기 위해 정치 공작적 모습으로 접근하면 큰코 다친다. (대법원을 향한 공세는) 87년 민주화 이후에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대통령이 사법부를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인민민주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박 시장의 정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최근 대정부·대여 비판 메시지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 광역단체장이지만 대학교수 출신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 평론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 그는 ‘감정’보다는 ‘논리’를 따지는 스타일이어서 “밋밋하다” “신중하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도 내년 부산시장 선거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3선에 도전하려는 만큼 ‘박형준 대 반(反)박형준’의 프레임을 차단하고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대여 투쟁에 나선 야당의 대표적인 광역단체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 지역 민심과 관련해서는 “제가 모자라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국민의힘이나 저희 입장에서는 경종이 울린 거다.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