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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몰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조세 얘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강제로 거둬들이는 돈이죠. 거부할 수 없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19.0%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데이터가 없는 호주 제외) 중 31로 7계단 추락했다는 기사가 31일 보도됐습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 경제에서 조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 이 비율이 낮으면 국민과 기업이 낸 세금이 그만큼 적다는 걸 의미합니다. OECD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세금을 그렇게나 내는데… 적다니요. 얼핏 이해하기 어려우시죠.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세 비중을 세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세는 2015년 1.6%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2.5%, 지난해 2.4%로 높아졌습니다. 월급쟁이의 부담이 갈수록 커진 겁니다.
반대로 기업의 법인세 비중은 2015년 2.6%에서 2022년 4.5%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3.3%로 줄었습니다. 지난해에는 2.5%로 더 낮아졌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법인세 급감 여파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 실적 악화와 정부의 감세 정책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조세부담률이 17.7%까지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OECD 회원국은 덴마크(43.4%) 노르웨이(41.4%) 스웨덴(36.3%) 순입니다. 대표적 복지 선진국이죠.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023년 25.3%. 우리나라보다 6.3%포인트 높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이번 통계를 집계한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심각한 세수 부족 상황을 월급쟁이의 소득세 부담으로 떠받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근로소득자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는 등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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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그래픽 |
안 의원은 “무너진 세수 기반과 과세 형평을 회복해야 한다”며 “정작 세 부담 완화가 필요한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금은 반드시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이자 당연한 의무입니다. 세수가 줄면 재정 여력이 축소돼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왜 맨날 나만 더 내는 것 같지’ ‘왜 내는 만큼 돌려받는 혜택이 없지’ 등 과세가 공평하지 않다고 여기는 불신입니다. 그래서 월급쟁이는 대기업 세금 깎아주고 부자들 상속세 줄여주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또 ‘유리지갑’ 월급쟁이만 손해를 볼 거라는 불신 때문입니다.
8년 전 취재차 핀란드에 간 적이 있는데요. “(조금 과장해) 월급의 절반이 세금”이라는 그곳 직장인에게 ‘아깝지 않으냐’고 물었습니다. “어차피 국가가 내 아들딸을 공부시켜 줄 것이고, 노후에 나를 먹여 살릴 것이니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핀란드는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도 소득에 비례해서 부과한다”고 덧붙여 알려줬습니다. 처음 듣는 얘기였는데요. 확인해 보니, 정말 2002년 핀란드 노키아 휴대전화부문 부회장이 오토바이 과속으로 적발돼 11만6000유로(약 1억8400만 원)를 범칙금으로 부과받았더군요. 범칙금도 버는 만큼 내는 겁니다. 우리가 볼 땐 ‘살인적 세금’이지만, 핀란드 다수 국민이 수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북유럽 복지 선진국에 견줘 매우 낮습니다. 우리가 당장 조세부담률을 북유럽처럼 40% 이상으로 올리는 건 말이 안 되겠죠. 그래도 핵심은 이겁니다. 다수의 국민의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 많이 가지면 많이 내고, 적게 가지면 적게 낸다는 것. 정부가 내 세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할 것이란 믿음.
맞습니다. 국가와 국민 간 신뢰가 우선입니다. 조세부담률을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높이는 일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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