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을 수의계약 대상에서 사실상 빠짐에 따라 정부가 구상하는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후속 일정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목표가 아예 무산될 수 있어서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11일 국토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8일 제출했던 공기 연장(84개월에서 108개월) 요구 사유서를 항공·토목 등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넘겨 정밀 분석을 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언급했다. 특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검토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럴 경우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유서 검토 과정에서 국토부는 건설사 측의 주장과 국토부의 기본계획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아울러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상대로 끝까지 사업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건설사 측이 바다와 해상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공정 등 기술적인 문제로 공기 연장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건설사 측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재입찰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국토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 보완 지시를 따르지 않자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국토부는 네 차례 유찰을 거쳐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할 때 공기 준수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므로 사업 기간 연장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가계약법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기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국토부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이라며 “공기 지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윈회 전체회의에서 “건설사 측이 기본설계를 보완해 온다면 그에 맞춰 조치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플랜 B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기술적·행정적 검토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4월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기본설계에 공기 연장 요구가 담겨 있자 즉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합동 TF를 구성했다. 또 전문가 자문회의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를 보완하라는 국토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에는 전략적 판단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모두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는 동의하는 만큼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정부가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 증액이 거론될 여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토목·기반시설 조성 공사 등은 대부분 국책 사업이어서 정부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논란 발생이 불가피한 데도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건설사 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로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발생하는 정부의 취약성을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가 업계의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2029년 12월 말 개항이라는 원칙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