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수출도 12%↓… 고사 위기
- 산업부, 업계와 긴급점검회의

미국이 수입 철강 관세를 현재 25%에서 4일부터 50%로 올려 부과하겠다고 예고(국제신문 지난 2일 자 14면 보도)함에 따라 지역 대표 수출 업종인 철강산업이 더 큰 위기에 처했다. 지역 철강 산업은 최근 몇 년 새 중국산 저가 철강이 국내로 대거 들어오면서 부침을 겪었으나 그나마 수출로 버텨왔다. 하지만 고율 관세 부과가 코앞에 닥치면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부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1억8546만 달러로 전년 동기(2억606만 달러)보다 10% 감소했다. 이 기간 관세 영향을 극히 일부만 받았는데도 이런 여파가 있었다. 계약이 보통 6개월 단위로 맺어지는 업계의 거래 관행을 고려하면 앞서 부과된 25% 관세 부과 영향은 이달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했고 일본제철은 19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율 대폭 인상은 향후 수입 철강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내 철강 생산량은 늘리는 형태로 자국산업을 보호하고자 단행한 조처로 풀이된다.

지역 제2의 철강 시장인 유럽의 수출길도 좁아지고 있다. 이미 EU는 앞서 25% 미국 철강 관세에 대응해 역내 철강 수입량을 연간 최대 15%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이 여파도 일부 반영돼 부산의 유럽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1~4월 1억4580만 달러에서 올해 1~4월 1억2805만 달러로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관련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주요 수출지역인 미국과 유럽의 수출길이 막힌 데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공습마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들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후판과 강판 등 일부 품목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 내 업체와의 수출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등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의 한 철강업체 대표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향후 5년 안에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지역 철강 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출범 즉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철강을 제조·가공해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지역 업체는 22곳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날 철강업계와 긴급 점검 회의에 나섰다. 나성화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철강 관세 인상에 따른 업계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미 협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