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인 ‘운임 인상 한도’를 지키지 않아 1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좌석 평균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 조치를 위반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이행강제금 121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금액은 이행강제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좌석 평균운임 인상 한도(2019년 평균운임 + 물가상승률)를 설정했다.

거대 항공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운임을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2025년 1분기의 평균운임이 ‘2019년 1분기 평균운임+물가상승률 수준의 운임인상’을 초과해서는 안 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첫 이행 시기인 올해 1분기에 30여개 노선 중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광주-제주 등 4개 노선에서 인상 한도를 1.3~28.2% 초과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더 받은 운임은 총 6억8000만 원에 달했다.이에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달 23일 전원회의에서 이행강제금 총 1008억 원 부과와 대표이사·법인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측은 “고의가 아니고 운임 인상 한도 관리 시스템의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월 9개 노선에서 운임을 더 받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뒤 1분기 평균 운임을 낮추려고 여러 노력을 했다”며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총 31억5000만 원을 소비자에게 환원하겠다”도 약속했다.

초과 운임을 받은 4개 노선 전체 승객에게 전자 바우처 10억 원어치를 지급하는 등 추가 지원책도 제시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행강제금을 121억 원으로 낮추고 검찰 고발 대상에서 대표이사를 제외했다. 그런데도 이행강제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됐다.

공정위는 “‘운임 인상 한도 준수’ 조치는 운임을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에 부과된 시정 조치의 핵심적인 사항 중 하나를 첫 이행 시기부터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이행강제금 부과로 향후 사업자들의 경각심을 제고하고 재발방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