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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핵심부품 국산화 95%…SMR 제작기간 단축에 심혈

600조 SMR시장 부산이 선점한다 <2> 촘촘한 동남권 밸류체인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 2026.09.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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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한국의 유럽 원전시장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체코 공장에서 직원이 증기터빈을 살펴보는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창원 본사 둔 ‘두산에너빌리티’
- 소재·단조 등 고품질 기술 축적
- 美 SMR기업과 협력 확대 추진

- 경남, 국내 원전기업 24% 몰려
- 검사·인증 원스톱 인프라 구축
- 생산 혁신으로 수출경쟁력 강화

세계 원전 산업의 무게 중심이 대형 원전에서 SMR(소형 모듈 원자로)로 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통적으로 ‘원전 제조 DNA’를 품은 경남이 떠오른다. 미국 등 각국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SMR은 차세대 원전 기술이지만 제조에 필요한 기본 역량까지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품질 소재 생산, 정밀 가공 이후 엄격한 검사를 거쳐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대형 원전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SMR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동남권의 ‘5극 3특 성장 엔진’으로 ‘차세대 원전·에너지’를 선정하면서 원전 실증·운영 등에 강점이 있는 부산과의 공동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남의 SMR 밸류 체인(가치 사슬)과 수출 경쟁력,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촘촘한 제조 밸류 체인

경남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SMR 제조 생태계를 전국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축한 곳이다. 창원국가산단에 본사를 둔 두산에너빌리티는 1982년 울진 한울 1·2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수십 년간 원자로와 증기 터빈 같은 대형 원전 기자재를 제작하며 소재·단조·용접·가공·품질관리 기술을 축적해 왔다. 한국이 개발한 원자로 노형(설계)인 ‘APR1400’뿐만 아니라 미국의 ‘AP1000’ 등 20여 기의 주기기 제작 사업 성과는 핵심 기자재 국산화율 95% 달성으로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는 물을 냉각제로 한 경수로형 기반의 ‘3세대 한국형 SMR(i-SMR) 건립 사업’에도 주축이 된다.

원전 구축에는 원자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각종 기계부품과 정밀가공품, 용접 구조물, 계측·검사 장비 등이 함께 들어간다. 이에 따라 2024년 현재 현황 기준 전국 원자력 기업 1026개 중 243개(23.7%)가 경남에 몰려 있고, 경남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같은 기간 전국 2조7474억 원 중 1조5609억 원(56.8%)에 이른다. 기업 수와 매출액 모두 전국 1위다. 대표적으로 펌프 제작을 담당하는 ‘효성굿스프링스’, 저장 용기 전문 제조 업체인 ‘범한메카텍’, 금속 절삭기계 등에 특화된 ‘삼흥아크튜리온’, 주형·금형에 강점이 있는 고려정밀공업 등 핵융합 분야의 주요 부품 제작 역량을 갖춘 기업이 지역 원전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은 물론 SMR 국가연구소가 있는 국립창원대 경남테크노파크 같은 기업 지원기관 등이 지역 기업의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뒷받침하고, 경남도와 창원시 등이 산업 생태계 확장에 힘쓴다.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
AI 산업 발달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SMR은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전력 수요에 따라 여러 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경남은 기존 원전 제조기술을 SMR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키운다. 특히 총 2569억 원을 들여 약 14개월이 소요되는 SMR 제작 기간을 3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인다.

핵심 기술은 ▷초대형 PM(분말야금)-HIP(열간등방압가압) ▷대형 전자빔 용접 ▷금속 3D프린팅을 활용한 적층제조 등 3개로 압축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안전성을 높이고자 금속 가루를 거대한 압력솥에 넣고 큰 부품을 한 번에 일체형으로 제조하는 4m급 PM-HIP 설비 개발에 집중한다. 고려정밀공업은 깊고 좁은 부위를 정밀하게 작업하는 전자빔 용접 시스템의 국산화를 통해 제조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국재료연구원 등은 금속을 깎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잡한 형상 제작이 가능한 3D프린팅 부품 제조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여기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실제로 SMR 건설 단계에 진입한 테라파워(TerraPower), 소재 공급 계약이 체결된 뉴스케일파워(NuScale), 단조품 등을 제공하기로 한 엑스에너지(X-energy) 등 미국 기업 3곳과 협력하며 제작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글로벌 수주량 확대는 지역 기업의 ‘낙수 효과’로 이어진다.

■지역 산업 인프라 구축

경남도와 창원시 등은 오는 11일 ‘SMR 특별법’ 시행에 앞서 이미 제조·검사·인증을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인프라 구축에 돌입한 상태다. 우수한 원자로 설계를 확보하더라도 검증된 제품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역량이 없다면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착공해 2028년까지 창원국가산업단지 확장 2구역에 들어서는 ‘SMR 로봇활용 제작지원센터’는 용접·가공 분야에서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로봇 자동화 기술과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한다. 경남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국립창원대 경상국립대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참여하며, 사업비는 국비 등 323억 원이 투입된다. 이 시설 인근에는 2029년까지 275억 원을 들여 ‘SMR 제조부품 시험검사지원센터’가 건립된다. 두께 200㎜ 이상 부품의 내부를 투시하는 ‘산업용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CT)’, 검사 시간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협동로봇 디지털 방사선 투과검사(RT) 시스템’ 등을 갖춘다. 이와 함께 경남도는 ‘민선 9기 SMR 글로벌 육성 전략’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권대혁 경남도 에너지산업과장은 “대형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제조 밸류 체인이 SMR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지역 먹거리가 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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