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이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건을 은폐한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21일 원자력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고리1호기 발전소장 문모(57) 씨 등 간부 5명에게 정전사고를 은폐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문 씨 등이 비상발전기를 수리하지 않고 연료인출 작업을 한 혐의는 유죄를 인정, 각각 벌금 200만~300만 원을 선고했다.

문 씨 등은 지난해 2월 9일 오후 8시30분께 고리1 호기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혐의다. 이들은 또 정전사고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고장난 비상디젤발전기를 수리하지 않은 채 다음 날 오후 6시56분부터 핵연료 다발 121개를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씨 등은 이 일로 직위해제된 상태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과 방재대책법상 원전사고를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나 대표이사에게 있기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보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처벌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장 책임자가 이를 은폐하고, 대표이사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법원이 처벌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부산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의무를 게을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