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 개인의 정치적 이념을 담은 과제물을 언론사의 공개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요구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도 정치적 견해를 밝힌 과제를 수강생들에게 제출하도록 강요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4일 부산대에 따르면 철학과 A 교수는 2013학년도 1학기 '세계정치사상들과의 만남' 교양수업에서 '부산대학교 학생이 언론을 비판함'이라는 제목의 과제를 냈다.

A 교수는 '전자개표기 사기극과 가짜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공개토론 촉구, 연천 구미리 13㎞ 땅굴 은폐 여부 공개토론 촉구 및 군·정부 관계자 내의 스파이 색출 촉구' 등 총 4개의 주제를 과제로 냈다. 그는 지난 11일 오후 9시까지 신문사 1곳, 방송사 1곳의 공개게시판에 학생 실명을 공개한 A4용지 2장 분량의 글을 올린 뒤 지난 16일 수업시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교양수업은 60여 명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이에 철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해당수업 수강생들이 일방적인 과제 제출과 사상적 강요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대학이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하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교수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A 교수의 사과, 대학본부의 피해대책 마련과 A 교수의 철학과 퇴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대다수 수강생들이 과제를 제출했고 종북좌익 세력으로 위태로워지고 있는 나라 상황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므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교수의 강의권이라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해당교수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A 교수는 지난해 철학과 전공수업에서 보수 논객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종북비판 글을 올리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비대위가 지난해 12월 A 교수의 교수권 남용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달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