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이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발령 논란’을 겨냥한 듯한 국정운영 관련 조언을 남겼다.

5일 경남 창원지검 앞에서 명태균 씨가 작성한 메시지를 밝히는 여태형 법률대리인. 연합뉴스

명 씨의 법률대리인 여태형 변호사는 5일 오후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명 씨가 전달한 ‘윤석열 대통령께 올리는 글’을 공개했다.

명 씨는 “단단한 콘크리트는 질 좋은 시멘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모난 자갈과 거친 모래를 각종 상황에 따라 비율대로 잘 섞어야 만들어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그는 “그게 바로 국정운영”이라고 덧붙였다.

명 씨는 이 글 말미에 ‘대역죄인 명태균 올림’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여 변호사는 “명 씨가 ‘윤 대통령이 주변에 좋은 얘기를 하는 분도 있고 조금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하는 분도 있는데, 균형 있게 들어 국정운영을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날 오전 조사에 앞서 명 씨와 접견하며 받은 내용이고, 계엄 발령·해제 이후 명 씨 입장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은데 그 답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역죄인’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항상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 계엄 사태를 두고도 ‘엄청나게 미안하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명 씨는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 자신을 고소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서도 “간이 작아 헛발질을 한 것 같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그는 “자업자득이다. 안타깝지만 정치생명은 험난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문이 입수한 명 씨 등의 공소장에서 그가 ‘공천 거래’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됐다.

공소장에는 “명 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광역의원 각 예비후보 A, B 씨에게 ‘수도권 시장도 아니고 시골 군수나 시의원은 발로 차도 공천이 된다’고 말했다”고 적시됐다.또 “‘오히려 당선되려면 선거운동도 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놓고 가만히 있으면 당선된다’며 금품을 요구했다”고 명시됐다.

A, B 씨는 이에 동조해 1억 2000만 원씩 건넸고, 명 씨와 함께 기소됐다.

명 씨는 2022년 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도와준 대가로 그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16차례에 걸쳐 807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비공표 여론조사 조작 ▷공천 개입 등 일명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를 이어간 뒤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