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력 건설사 회장에게서 부탁받아 살인미수 피의자와 ‘불법 면회’를 시켜준 경찰 간부들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전경. 국제신문DB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이범용 부장판사는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B 경무관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C 경정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A 경무관은 2023년 8월 9일 지역 유력 건설사인 S사 회장 D 씨에게서 살인미수 혐의로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수감 중인 피의자와 유치장이 아닌 곳에서의 면회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B 경무관에게 부탁한 혐의를 받았다. B 경무관은 당시 해운대경찰서장으로, 형사2과장이던 C 경정에게 이를 전달한 혐의다. C 경정은 허위로 ‘피의자 출감 지휘서’를 작성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D 회장과 피의자가 면회하도록 도운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았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행위를 유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피의자 유치나 유치장 관리의 전반적 권한이 경찰서장에게 있는 만큼 해당 접근 방식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직권남용권리행사의 고의가 없었으며, 접견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법령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접견을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접견에 관한 세세한 지시가 없었더라도 이들이 경찰 공무원인 점,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유치장이 아닌 곳에서 접견이 이뤄지도록 지시했다고 보여지는 점 등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이 판사는 “살인미수라는 중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행사함으로써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피의 사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며 경찰 공무원으로서 오랜 기간 성실하게 근무해온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되면 당연퇴직하게 된다. 이들에게 불법면회를 부탁한 D 회장은 금품이 수반되지 않아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