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엔 음식물로 형 기도 막아
- 구속 중 경찰 진술서 혐의 자백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국제신문 지난 1일 자 6면 보도)이 지난해 말 친형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실패로 불어난 거액의 빚 때문에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와 형 등 친족을 연달아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전경. 국제신문DB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존속살해와 강도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30대) 씨를 구속한 뒤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26일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인 B(60대)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형 C(40대) 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강도살인 등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형에게 몰래 수면유도제를 먹여 쓰러지게 한 뒤 음식물을 이용해 기도를 막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C 씨가 복용한 수면유도제는 치사량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범행 사실은 A 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던 중 경찰에 털어놓으면서 드러났다. A 씨는 범행 자백 후 다시 일부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실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C 씨 살인 사건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었다. 경찰은 당시 유력 용의자로 A 씨를 특정, 이후 불구속 입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투자 실패로 채무 등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이나 자녀가 없던 형의 부동산 등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고, 상속 문제로 또다시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범행 후 C 씨 계좌에서 1000만 원가량을 인출하기도 했다.

연이은 친족 살해 범행은 연락이 되지 않아 B 씨의 자택을 방문했다가 그의 시신을 발견한 지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7일 해운대구 반송동 한 거리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기혼으로, 거주지는 다른 지역으로 조사됐다. B 씨 외 다른 형제자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지난해 형을 살해한 데 이어 지난달 아버지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 정황에 비춰 봤을 때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유산 상속까지 고려한 범행으로 보인다. A 씨는 아버지 살해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툼으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서울에서 형을 살해한 사건은 약물을 사용하는 등 범행 수법이 복잡해 사망 원인과 인과 관계 등을 밝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4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