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9세 남자 어린이를 기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부쳐진 60대 남성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배심원이 지켜본 가운데 검찰은 이 남성이 피해 아동을 동의 없이 추행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남성은 안쓰러워 볼을 만지려 했을 뿐 추행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배심원은 전원 무죄를 평결,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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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60대) 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 올해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국민참여재판이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7명은 이날 오전 재판장인 신 판사의 절차 안내와 쟁점 정리 설명을 들었다. 오후에는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인하고 피해자·피고인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8월 29일 오전 10시30분께 부산 남구의 한 대형 마트 1층 화장실 앞에서 B(당시 9세) 군의 가슴을 한 차례 움켜쥔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마트를 찾았다. 이곳 화장실에 들린 A 씨는 입구 쪽에서 B 군을 보곤 그의 몸에 손을 갖다 댔다. 당시 B 군은 화장실 인근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A 씨의 아내와 아들은 화장실 근처 매장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공개된 CCTV 영상에는 A 씨의 손이 B 군의 몸에 1~2초 닿는 장면이 포착됐다. 다만, 화면 각도가 B 군의 등쪽을 비추고 있어 A 씨 손이 향한 구체적 부위는 알아보기 어려웠다. B 군은 A 씨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어머니가 서 있는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봤다. 이를 두고 검찰은 기습적인 추행에 당황한 나머지 B 군이 A 씨 눈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A 씨 측은 B 군을 보자 귀엽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볼에 손을 대려다 어깨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가 오랜 시간 부인과 떨어져 지내 아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터라 혼자 있는 아이에게 동정심이 들었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인과 재결합하면서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한 스테이크를 사주려고 해당 장소를 찾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대형마트는 많은 사람이 찾는 데다 가족 또한 근처에 있어 성적 만족을 느끼고자 범행을 저지를 만한 의도를 품기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A 씨 측은 미성년자 강제추행의 법정 하한형이 징역 5년인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가슴을 움켜쥐는 행동인지, 징역 5년에 처할 행동인지 살펴봐 달라”고 주장했다.

B 군을 상담한 아동심리분석가는 피해 아동의 진술에 타당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B 군이 사건을 알릴 때 동기를 의심할 만한 요소는 없었으며 다른 진술과도 일치한 점, 압력이나 암시 등으로 진술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분석 결과에 기반했다. 이를 두고 A 씨 측은 B 군이 검찰에 ‘엄마가 봤대요’라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 아동이 어머니의 기억을 착각해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느낄 감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징역 2년 6개월과 징녁 성폭력예방교육 이수, 신상정보 공개, 아동기관 취업제한 1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배심원은 전원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이면서 A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