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지자체 최초 AI프로그램 개발
- 추가수당계산기 등 전 부서에 보급
- 이갑준 구청장 설득해 정식 부서로

“‘충주맨’으로 불리는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은 마음 속 열정을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위계질서가 확실한 관료조직에서도 업무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보길 바랍니다.”

17일 부산 사하구 이수영 업무혁신계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하구 제공

이수영 부산 사하구 업무혁신계장은 17일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관료사회에서 공무원이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끊임없는 자기계발 노력과 조직 구성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이 계장은 현재 사하구에서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개발 부서에 소속돼 있다. 그를 포함한 직원 4명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오픈소스 기반 생성 AI’를 자체 개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업무혁신계는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 중 AI를 직접 개발하는 유일한 부서다.

이 계장은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해 관련 전공을 택했고, 민간 기업에서 1년가량 개발자로 일했다”며 “공무원이 된 이후부터 AI 분야에 관심이 생겨 혼자 공부하다가 현재는 AI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열정이 넘친다”고 전했다.사하구에 AI 개발 부서가 만들어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간단한 프로그램만 있으면 직원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이 계장은 2020년부터 관련 부서 발족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추가수당 계산기’와 시설물 설치와 동시에 지도에 위치가 표시되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추가수당 계산기는 개발 이후 현재 구청 모든 부서에서 사용할 만큼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서 출범이 어렵자,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이 계장은 구청장실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어느 날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용서를 구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구청장실로 향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구청장께 AI 개발 부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갑준 구청장이 흔쾌히 승낙하셨다. ‘이렇게 쉽게 될 일이었나’는 생각에 얼떨떨하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렇게 2024년 1월 1일 임시 조직으로 ‘업무혁신 TF팀’이 만들어진 뒤 올해 정식 부서로 승격했다. 부서 직원으로 코딩 동호회에서 만나 연을 이어 온 김명진 백승현 주무관이 합류했다. 그는 “2023년 구청 내 코딩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무려 80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퇴근 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피로함을 느낀 직원들이 하나둘씩 탈퇴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김)명진이와 (백)승현이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우리 부서는 과장을 조금 보태 자율성이 500%다. 지시가 일절 없는 데도 주말에 출근하면 최소 1명이 미리 와있을 정도”라며 “그만큼 나를 포함한 직원 모두가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