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완공하고도 건축허가 등 행정 절차를 빠뜨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2년 넘게 가동을 멈춘 ‘창원 다회용기 세척장 사태’가 일단락됐다. 창원시가 보조금 환수 조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보조사업자(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8일 자 온라인 등 보도)와의 갈등을 봉합,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정상화 절차 이행에 속도를 낸다.

경남 창원시 다회용기 공공세척장. 창원시 제공

창원시는 최근 장례식장 등에 공급하는 다회용기 수거·세척 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창원지법의 조정 권고를 수용한 데 이어 법무부 승인까지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양측은 시가 보조사업자로부터 감정가 10억 원 상당의 세척장 건물과 장비 일체를 양도받는 대신 보조금 반환명령(5억 원) 등의 행정 처분을 종결하는 데 합의했다. 앞서 시는 2022년 3월 공모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 교육원’이 운영하는 창원지역자활센터를 보조사업자로 낙점했고, 이듬해 3월 의창구 북면초교 화천분교(폐교) 내 부지에 시간당 용기 2만8000개를 씻는 330㎡(100평) 규모의 시설을 완공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세척장이 무허가 건축물인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에다 지목 변경을 하지 않고 임야에 건물을 올려 산지관리법을 어기거나 건물 일부가 노상 외 주차장으로 지정된 부지를 무단으로 점용해 국토계획법을 위반한 혐의 등이 드러났다. 이에 시는 보조금 교부 취소를 결정했고, 보조사업자는 지난해 10월 경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시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해 11월 행정 소송으로 번졌고 양측은 사태 장기화 등을 우려, 이번에 합의했다.시는 건물 양성화에 대해 선행 검토가 이뤄진 터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시는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유재산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다만 시설 부지 대여 과정에서 받아야 하는 마을 주민 동의 절차가 사업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는 687세대 중 절반 이상의 서명을 확보해 토지 소유주인 창원교육지원청에 제출해야 한다. 주민 일부는 주민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부족했다거나 폐교 부지가 주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해당 시설이 오랜 기간 가동을 멈춘 점을 감안해 우선 직영 형태로 시범 운영한 뒤 위탁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세척장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2023년 협약을 맺은 마산의료원 등 지역 내 대형 장례식장 5곳을 상대로 다회용기를 보급, 점차 그 대상 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유정 시 기후환경국장은 “다회용기 공공세척장이 우려곡절 끝에 정상화의 길을 찾게 돼 다행”이라며 “이번 조정은 시와 자활기관이 협력해 장기 갈등을 해소한 모범 사례로, 향후 일회용품 감량과 자원순환 체계 강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