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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6> 홍완식 세계생활체육연맹 이사·한국위원장

부산 교통카드·TPO(관광진흥기구) 이끈 행정가, 탄소감축 걷기 전도사로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2026.09.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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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식(왼쪽)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 한국위원장이 지난 5월15일 체코 프라하 TAFISA 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임기 2026~2029년)된 후 신임 회장인 야네즈 소드르주니크(슬로베니아·가운데), 라빈 나탈리아 루마니아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 市 주요 보직 맡으며 공직 생활
- 지역 생활체육 육성에도 앞장
- 올해 세계연맹 이사로 재선임
- ‘넷제로워크’ 글로벌화에 온 힘
- AI 스포츠파크 등 도전 이어가


◇ 홍완식의 인생이모작 귀띔

- 넘어지지 않는 것보다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이유 잃지 마라

지난 5월 1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 총회. 2026~2029년 세계 생활체육을 이끌 새 이사진에 한국인 한 명의 이름이 다시 올랐다. 생활체육 국제무대에서 ‘Dr. Hong’으로 알려진 홍완식(74) TAFISA 한국위원장이다. 2022년 처음 선출된 데 이어 재선에 성공한 그는 부산시 공무원 출신이다. 보통 퇴직 공무원에게 국제 스포츠 무대는 낯선 세계다. 그러나 그는 공직에서 익힌 기획력과 국제 감각을 들고 무대를 옮겼다. 이제는 걷기를 탄소중립 행동으로 만들고, 인공지능(AI)을 생활체육에 접목하는 일을 추진한다. 일흔을 넘어서도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먼저 TAFISA는 어떤 조직입니까.

▶올림픽을 중심으로 엘리트 스포츠를 이끄는 조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면, TAFISA는 세계 각국의 생활체육단체를 연결하는 국제조직입니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부터 전통 스포츠까지, 보통 사람이 일상에서 즐기는 신체활동을 넓힙니다. 2년마다 세계총회, 4년마다 세계생활체육대회를 엽니다.



-올해 이사로 재선됐다고요.

▶2022년 슬로베니아 총회에서 처음 이사가 됐고, 올해 프라하 총회에서 다시 선출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는 한두 번의 만남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2008 부산 세계생활체육대회를 준비할 때부터 여러 나라 지도자와 관계를 이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태어난 홍 위원장은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입학금조차 마련하기 힘들었지만 장학금으로 부산대 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석사와 동아대 박사를 거쳐 부산시 아시안게임준비단장, 북구청장, 교통국장, 문화관광국장 등을 지내며 공직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공직 시절에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까.

▶이미 있는 제도를 관리하는 일보다 앞으로 필요할 것을 먼저 구상해 현실로 만드는 일이 좋았습니다. 교통기획과장 때는 전국 최초로 동전 없이 버스와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비접촉식 통합교통카드 체계를 기획해 추진했습니다. 아시안게임준비단장으로 경기장 건설을 지휘했고, 문화관광국장 때는 아시아태평양도시 관광진흥기구(TPO)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제가 공직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자리로만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생활체육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2006년 부산에 세계생활체육대회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2008 부산세계사회체육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100여 개국 참가자들과 대회를 치렀습니다. 공직에서 쌓은 국제행사 기획과 조직 운영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 옮겨 심은 셈이지요. 부산대회는 세계의 전통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만나는 장이 됐고, 돌아보면 저에게도 인생이모작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노년사회학자 로버트 애칠리는 ‘연속성 이론’에서 노년기에는 과거를 버리기보다는 오랜 경험과 관계를 새 조건에 맞게 활용하는 연속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홍 위원장이 보여준 것도 이런 ‘변화 속 연속성’이다. 그의 전국 최초의 비접촉식 교통카드와 TPO, 세계생활체육대회는 분야가 달라도 한 가지 습관에서 나온 것으로, 그는 항상 남보다 먼저 미래의 필요를 발견하고 사람과 조직을 해결책으로 엮어냈다.



-퇴직하시고 난 뒤, 하시는 일은 순탄했습니까.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직에서는 조직과 제도, 예산이 있었지만, 민간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좋은 뜻과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코로나19 시기에 기업을 경영하며 실패를 겪었고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일에 전념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인맥이 있다고 국제사업이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런데도 다시 일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솔직히 이제는 쉬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젊었을 때보다 체력과 총기가 떨어졌다고 느끼기도 하지요. 그러나 새로운 일을 만나면 다시 몰입합니다. 실패하면 ‘이 길이 안 된다면 다른 길은 없는가’라고 묻습니다. 넘어지지 않는 것보다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이유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모작이 의미 있는 것은 실패가 없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공직의 권위를 내려놓고 다시 배우고 계속 시도하는 사람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 전환 연구자 허미니아 이바라는 ‘워킹 아이덴티티’에서 새 진로는 생각만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그 경험에서 배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홍 위원장도 퇴직 후 빚과 건강 악화라는 수업료를 치렀지만, 생각과 행동으로 계속 길을 넓혀 가는 것 같다.



-지금 가장 힘을 쏟는 넷제로워크(Net-Zero Walk)는 무엇입니까.

▶가까운 거리를 자동차 대신 걸으면 건강을 지키면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걸음을 데이터로 기록해 탄소 감축 실천으로 인정받게 하는 시민 참여형 플랫폼이 넷제로워크입니다. 걷기를 건강운동에서 기후행동으로 확장하자는 것이지요.



-아이디어를 운동화로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말로만 탄소중립을 외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산의 신발산업과 친환경 소재를 연결해 2023년 말 넷제로 워킹화 ‘ACTION NOW 1.5’를 개발했습니다. 작은 생각이라도 캠페인과 제품, 사업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부산에서 만든 탄소중립 걷기 모델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탄소중립 걷기 모델을 부산에서부터 한다니 부산 시민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군요.

▶미래 세대가 운동을 의무가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로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축구장 등을 모아 ‘K-스마트스포츠파크’를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한국형 모델을 해외에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시장성과 투자 구조를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새 기술을 따라가는 일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AI 앱 플랫폼 데이터는 제가 공직에 있을 때는 없던 분야입니다. 모르면 젊은 전문가에게 배우면 됩니다. 나이나 과거의 직책 때문에 아는 척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과 젊은 세대의 기술이 만날 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퇴직 후 엄청나게 많은 일을 추진하시는데, 퇴직을 앞둔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어떤 준비를 권하고 싶습니까.

▶공직이 끝까지 자신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퇴직 이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공직에 있을 때부터 ‘나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제시대이니 외국어를 익히고, 자기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심지어 행정직이라도 회계·예산·기획 등 자기 전문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그것은 준비된 능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공직자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까.

▶규정만 들여다보며 “안 된다”고 말하는 습관에 갇히면 자기 자신까지 규제하게 됩니다. 질서를 지키되 그 안에서 융통성을 찾아야 합니다. 규제를 한 겹 벗겨 시민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새로운 정책도, 새로운 인생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홍 위원장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겉으로 전혀 달라 보인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비접촉식 통합교통카드 TPO 세계생활체육대회 넷제로워크를 한 줄에 놓으면 공통점이 선명하다. 그는 늘 현재의 제도보다 다음 시대의 필요를 먼저 보려 했다. 새로움은 새 사업을 많이 벌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패한 방식을 버리고 젊은 세대에게 다시 배우는 태도까지 품을 때, 그것은 인생이모작기의 혁신이 된다.



-그런 태도는 언제부터 갖게 됐습니까.

▶고교 시절 윤리 선생님이 칠판에 독일어 ‘노이에스(Neues)’라고 쓰셨습니다. ‘새로운 것’이라는 뜻이지요. 매일 새롭게 생각하고 배우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삶은 늘 새것을 찾아 무대를 옮긴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과업은 무엇입니까.

▶하나는 지구의 건강을 위한 넷제로워크의 세계화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스마트스포츠의 확산입니다. TAFISA의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걷기가 세계 시민의 일상적인 기후 행동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미래 세대가 더 즐겁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싶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남은 삶의 방향입니다.



홍완식의 인생 2막은 성공담으로만 정리하기 어렵다. 사업 실패와 빚, 건강 악화를 겪었고 지금 추진하는 일들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눈여겨볼 것은 실패가 없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경험의 쓰임을 계속 바꾸어왔다는 점이다. 최초의 비접촉식 통합교통카드를 구상했던 공직자의 새로움은 세계사회체육대회를 거쳐 이제 탄소중립 걷기와 스마트스포츠로 향한다. 진정한 인생이모작은 젊은 시절 쌓은 능력을 새로운 시대의 문제와 다시 연결할 때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Dr. Hong’은 지금도 자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오늘도 ‘노이에스’를 찾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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