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노면 위험…좁은 길 보행자·러너·자전거 뒤섞여
부산…달릴 만한가 <상> 갈 길 먼 러닝 친화 도시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2026.09.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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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수영구 수영2호교 부근 수영강 경관덱에서 보행자가 걷고 있는 가운데 러너들이 뛰고 있다. 이 구간은 보행로가 비좁아 안전사고 우려가 나온다. 박주현 기자 |
- 부산연구원, 러너 500명 조사
- 노면상태·교통안전·길 협소 등
- 러닝 코스 불편한 점으로 꼽아
“바다가 가깝고 산과 강이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형도 마음에 든다. 마라톤 훈련하기 딱 좋다.”
미국에서 온 니콜(32) 씨는 부산 러닝의 매력을 이렇게 꼽았다. 부산에도 러닝 바람이 불고 있지만, 도로가 비좁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하는 등 뛰는 이에게 배려 없는 코스가 많아 러너들의 발목을 잡는다. 시가 목표로 세운 ‘러닝 친화 도시’로 가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부산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러너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하는 코스에서 불편한 점으로 ‘노면 상태’(44.2%)와 ‘교통 안전’(37.8%), ‘러닝 공간의 붐빔 혹은 협소’(37.0%)가 꼽혔다(1, 2순위 합산). 불편함은 곧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취재진은 지난 7~8월 러너가 많이 찾는 부산 지역 코스를 직접 살펴봤다.
■울퉁불퉁한 보도와 사라지는 길
부산 도심에서는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을 둘러싼 외곽 순환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에 도착하니 양방향에서 러너가 끊임없이 뛰어왔다. 공원 방문자센터 내 ‘러너보조지원공간’이란 물품보관함에 소지품을 넣고 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러너도 눈에 띄었다.
코스는 보도블록이 깔린 인도였다. 블록이 패 있거나 튀어나와 고르지 못한 지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 발을 디뎌 부상을 입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동준(31) 씨는 “움푹 파인 곳에 발이 빠져 발목을 다친 적 있다”고 말했다. 또 가로등이 드문드문해 깜깜한 구간을 달리다 부상 당할 가능성도 커 보였다.
갑자기 길이 끊기는 황당한 코스도 있다. 온천천 상류 방면으로 가다가 금정구 남산동 금남교에 다다르면 산책로가 단절된다. 이어 달리려면 차도를 건너 맞은편 산책로로 가야 하는데, 50m 이상을 돌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밖에 없다. 차량 통행이 적어 무단횡단 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안내판도 없어 초행길이라면 헤매기 쉽다.
수영강 상류 지점인 해운대구 반여동 세월교 부근도 마찬가지다. 산책로가 다리에 막혀 있다. 우회하려면 세월교 맞은편과 이어진 자전거도로로 향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인근 횡단보도 두 군데를 건너서 돌아가야 한다. 여기도 표지판이 없다.
■달리기에 턱 없이 비좁은 코스좁은 보행로는 러너와 보행자 모두에게 불편을 준다. 사람끼리 부딪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수영강 코스에서 수영교를 지나 민락수변공원을 향하는 경관덱은 센텀시티와 광안대교, 마린시티 마천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그래서 산책을 나온 보행자 관광객 러너로 항상 붐빈다. 이곳에서 보행자와 러너가 뒤섞이며 아슬아슬한 광경이 종종 연출된다. 러너끼리 통행하면서 팔을 부딪치는 사고도 발생한다. 취재진이 덱 폭을 조사한 결과 약 2m였다. 국토교통부 규칙에 따라 두 명이 통행할 수 있는 최소 폭이다. 수영2교 부근에는 1.5m까지 좁아지는 구간도 있다.
이 코스를 자주 뛰는 윤모(51) 씨는 “걸어가는 분들이 일렬로 가면 충분히 뛰어갈 수 있는데 안 비켜주는 사람도 많다”며 “젊은 러너는 빠르게 뛰면서 보행자를 추월할 때가 잦다. 어르신들도 자주 다니는 만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보행자도 불만이 가득하다. 김모(66) 씨는 “도로가 좁아 뛰는 사람과 어깨와 팔을 부딪칠 때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취재진은 시가 운영하는 ‘달려라 부산 러닝크루’에 참여해 이 코스를 답사했다. 런티켓(러닝+에티켓)을 강조하며 한 줄로 코스를 뛰었지만 병목현상 탓에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러너, 보행자, 자전거 뒤섞여
온천천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책을 나온 이들과 러너, 자전거가 뒤섞여 언제나 혼잡하다. 온천천 하류 구간 왼쪽 천변(동래구 온천2호인도교~수영하수처리장)은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보행로 너비는 1.6m. 자전거도로와 분리하는 실선의 폭은 10㎝에 불과했다. 이 좁은 길을 보행자·러너·자전거가 가득 메워 안전사고의 우려가 크다.
취재진은 나란히 걷는 보행자들을 피해 러너가 자전거도로로 넘어가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김현태(41) 씨는 “걷는 분이 많다 보니 뛰려고 하면 피할 때가 자주 있다”며 “피하려는데 자전거도 다녀 부딪칠 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산책을 하던 박모(67) 씨는 과거 보행자와 자전거 사고를 목격했다. 박 씨는 “뛰어다니는 사람과 걷는 사람, 자전거가 서로 자기 갈 길이 바쁘니까 위험하다”며 “웬만하면 이쪽으로 산책을 안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동래구는 온천2호인도교 큰나무쉼터에서 명륜역까지 우측 천변 자전거도로를 폐지하고 전면 보행로로 전환했다. 서울시도 안전사고가 이어지자 2024년 ‘한강 자전거도로 종합개선 대책’을 내놓고 한강공원 보행로 폭을 기존 2m에서 3m 이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구분을 차선과 시선 유도봉이 아닌 녹지대로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도 세웠다.
이경민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노면과 야간 조명을 정비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와의 충돌을 줄일 수 있도록 동선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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