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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상> 계속 발견되는 슬레이트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2026.10.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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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산 남구의 한 어린이집 주변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달고 있는 주택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다. 장동혁 기자 jdh4320@kookje.co.kr
- 남구 이주단지 곳곳 부식·파손
- 해운대 관광지서도 눈에 띄어
- 부산 석면피해 인정자 1868명
- ‘신청주의’로 강제 철거도 못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1990년 처음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 물질로 지정됐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꾸준히 규제가 강화됐으며, 2010년과 2011년 잇따라 석면피해구제법과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슬레이트 관리 종합대책도 세워졌다. 부산 역시 과거부터 만들어진 2만 동이 넘는 슬레이트 건축물이 지역 곳곳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어린이시설도 슬레이트 지붕 천지

지난 18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용호동 한 대단지 아파트 인근 주택가 골목. 4개 골목을 둘러보니 한눈에 봐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즐비했다. 이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 중이라 주민이 이주하고 있다. 주택 곳곳에는 슬레이트 지붕이 상당수 설치돼 있었는데, 관리되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파손된 채로 남아 있었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 주택 바로 맞은편에는 어린이집 1곳과 유치원 1곳이 있었다. 10m도 채 되지 않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어린이집·유치원과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 3시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도 슬레이트 지붕 주택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도로 양옆 주택가를 보면 슬레이트 지붕이 여러 채 발견됐다. 청사포는 관광 명소인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연간 관광객 300만 명이 방문해 매일 붐빈다. 이날 청사포를 찾은 부산 시민 천모(30대) 씨는 “관광지에 슬레이트 지붕 주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인근까지 퍼지는 석면 피해 우려

이처럼 주거지나 관광지 곳곳에 있는 슬레이트 지붕은 시멘트에 석면을 섞어 만든다. 공업 원료와 내외장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 석면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30년의 내구연한이 지나면 석면 먼지가 공기 중에 날려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부산 곳곳에 퍼진 슬레이트 건축물은 이미 여러 피해를 낳았다. 과거 부산 석면 제조 공장이나 조선소에서 일하거나 인근에 살았던 이들도 석면 피해자로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지역 석면피해 누적 인정자 수는 총 1868명이다. 유형별로는 ▷악성중피종 137명 ▷석면폐증 1급 112명 ▷석면폐증 2급 549명 ▷석면폐증 3급 655명 등이다. 최근 5년간(2021~2026.9)만 보더라도 부산에서 피해를 인정받은 수만 807명에 이른다. 이에 시는 슬레이트 밀집지 등 노출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무료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점차 석면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슬레이트 건축물은 대부분 노후화해 이미 부식이나 파손이 이뤄졌다. 사용이 금지됐더라도 남은 시설에서 석면 먼지가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큰 피해는 없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양산부산대병원 석면센터 문성재 사무국장은 “단순히 노후 슬레이트 지붕 옆에 산다고 해서 석면 질환에 걸리지는 않는다”며 “다만 석면 노출은 개방된 공간이라도 장기간이라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면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석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청주의의 한계…철거 신청 기피

슬레이트 철거 지원 사업은 기본적으로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 신청이 없다면 철거나 개량 지원은 시작조차 할 수 없어 여러 방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특히 빈집이나 재개발 예정지 등은 애초에 소유주들이 석면을 제거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 주택 소유주가 다수라 철거에 합의를 못 해 신청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금정구는 2021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배정된 슬레이트 지붕 철거 물량이 190동이었으나, 이 기간 신청 건수는 154동에 그쳤다. 배정 물량보다도 신청이 모자란 셈이다. 이 기간 신청자들이 철거를 포기한 건축물도 45동에 이른다.

이에 대해 부산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소유자의 신청에 따른 사업이라 빈집이거나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 슬레이트 건축물은 애초에 사업 안내는 물론 참여 유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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