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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입산 철강의 무관세 할당량이 절반 가까이 줄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는 50%로 인상돼 수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를 위한 새로운 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모든 수입 철강 제품의 무관세 할당량(수입쿼터)은 연간 최대 1천830만 톤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3천53만 톤)보다 약 47% 줄어든 수치다.

수입쿼터를 초과한 물량에는 기존 25%였던 관세가 50%로 인상된다. 이번 조치는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된다. EU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예외로 두지 않을 방침이다.

집행위는 이번 규정이 2018년 도입된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세이프가드는 내년 6월 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유럽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제한 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집행위는 강조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44억8천만 달러(약 6조2천억 원)로, 단일 시장 기준으로 미국보다 많다. EU가 쿼터를 크게 줄이면 국내 철강 기업의 수출 여건은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앞서 EU는 지난 4월에도 세이프가드 물량을 일부 축소하며 한국산 철강 쿼터를 최대 14% 감축한 바 있다. 업계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쿼터 배분 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국가별 쿼터는 개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시행 시점은 미정이다. 규정안은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EU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EU도 미국의 50% 철강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향후 ‘저율관세할당(TRQ) 해법’ 방식 도입 가능성이 명시됐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새 규정이 시행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럽 철강산업 보호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