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지는만큼 유권자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도층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도 관전 포인트.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네거티브만 난무하면서 또다시 ‘비호감 대선’으로 치닫는 분위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왝 더 독(1998)’-여론은 어떻게 조작되는가
대통령 선거를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 재선에 출마한 현직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친다. 백악관을 방문한 소녀를 성추행한 것이다.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지지율은 급락하자 대통령실은 정치위기 관리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을 불러들인다. 브린이 내놓은 처방전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전법. 전쟁을 이용해 위기를 물타기 하려는 심사다. 그렇게 할리우드 제작자와 손잡은 후,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포장해 가짜 전쟁을 만든다. 이 위험천만한 ‘전쟁 쇼’의 위력은 상당하다. 특종에 혈안이 된 미디어가 전쟁 뉴스에 우르르 몰려가면서, 대통령 추문은 묻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왝 더 독(Wag the Dog)’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가리킨다. 가짜 뉴스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여론 조작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대중은 그런 여론 조작에 왜 넋 놓고 당하는가를 뼈아프게 보여준다. 이미지 정치에 당하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조금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오늘도 가짜 뉴스를 별다른 의심 없이 클릭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킹메이커’(2022)-한국정치 지역갈등의 뿌리는
한국 정치의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감정은 언제, 어떻게, 왜 생겨난 것일까. 그 중심에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엄창록이 있다.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킹메이커’는 엄창록과 그가 모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가 엄창록을 모티브로 했으며,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은 김대중을 모티브로 했다. 서창대는 ‘이기기’ 위해서 정공법은 물론 상대를 속이는 계략도 썼다. 상대 진영 선거운동원으로 가장해 비호감을 사거나, 푼돈을 상대방 후보 이름으로 돌리는 방법 같은 것이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도 가리지 않은’ 서창대와 ‘목적이 대의에 앞서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김운범의 생각 차이는 두 사람의 이별을 불러오는데,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 손잡은 서창대가 내세운 게 바로 ‘지역 감정’ 설계였다. 이 좁은 땅덩어리가 동서가 반으로 쪼개져 적대적 관계가 된 것이 선거 계략의 결과였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지 않은가. 우린 어쩌면 모두, 정치의 피해자다. 지역갈등을 봉합할 지도자는 언제쯤 나타날까.


■‘스윙보트’(2012)-내가 던진 ‘한 표’의 위대함
내 표 하나 없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달라진다. 지난 대선에서 승부를 가른 후보 간 격차가 불과 0.73%였음을 기억하자. 이보다 더 극적으로 ‘한 표’에 의해 결과가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있다. ‘스윙 보트’다.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한 시골 마을의 투표기가 고장 나고, 별다른 직업 없이 빈둥대던 싱글 대디 버드(캐빈 코스트너) 한 사람에게만 100일 이내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버드의 한 표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공화당 소속 현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결정되는 상황. 여야 후보들은 버드의 표를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에 전파를 탄다.

사실 버드는 정치엔 관심이 없는 이른바 ‘스윙 보터(부동층)’이다. 여러 상황을 겪으며 뒤늦게 표의 소중함을 알게 된 버드는 투표 기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민주공화국의 가장 큰 적.” 6월 3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