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스태프 등 청년들 대거 참여
- 내달 17~19일 총 4회 공연 예정

문이 열리자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차려입은 청년 배우들이 무대에 들어섰다. 마치 유럽의 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클래식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춤을 추던 배우들은 음악이 빠른 비트의 현대적인 리듬으로 바뀌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춤 소동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운명처럼 마주한다. (재)부산문화회관이 선보인 ‘로미오와 줄리엣’ 쇼케이스는 두 사람의 만남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0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존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충분히 느껴졌다.

지난 25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이 공연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김태훈 기자

청년 연극인의 참여로 기대를 모은 부산문화회관 기획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국제신문 지난 4월 16일 자 13면 등 보도)이 베일을 벗었다. 문화회관은 지난 25일 다듬채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다음 달 무대에 올릴 공연의 제작 경과를 공유했다.

이 작품은 문화회관이 2021년부터 진행한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지역 청년 예술인에게 공연 참여 기회와 인건비를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다. 앞서 무용·국악 공연 ‘수퍼타이거’(2022)와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2023)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특히 올해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후원이 더해지며 의미를 더욱 확장했다.‘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김지용 예술감독은 “두 주인공의 비극보다 두 가문의 용서와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에는 배우 27명을 포함해, 무대 조명 음향 스태프까지 총 59명의 청년 예술인이 참여한다.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단순히 출연 기회 제공을 넘어 공연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한 점이 의미 있다. 문화회관 남영희 공연예술본부장은 “기획과 창작 기술까지 청년이 전면에 나서는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향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쇼케이스 등과도 연계해 콘텐츠 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다음 달 17~19일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된다. 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2~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