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은, 독특하고 독창적인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박남사 작가의 ‘patina-23’. 부산갤러리 제공

부산갤러리(부산 사하구 낙동대로)에서 박남사 작가의 개인전 ‘PATINA(파티나)’가 15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다. 서울대 미학과 교수인 박남사(본명 박상우) 작가의 사진 작품을 소개한 전시로, 서울과 대전에 이어 부산에서 여는 순회전이다.

전시에 소개된 사진 작품은 피사체를 직관적으로 찍거나 재해석한 기존 사진과 다르다. 작가는 19세기 사진 중에서 훼손되고 부식돼 폐기 대상으로 분류된 이미지를 가져왔고, 그것을 그대로 두거나 일부를 재구성해 죽은 사진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시 제목인 ‘파티나’는 라틴어로 금속 표면에 시간과 산화 작용을 통해 형성된 부식의 얇은 층을 가리키는데, 작가는 사진 이미지에 발생한 손상 균열 흠집 등 시간의 흔적을 미학적 대상으로 전환했다. 박남사 작가는 이번 작업을 위해 세계 최대 사진 아카이브를 보유한 미국 의회도서관의 소장 이미지 가운데 보존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자료를 수집해 작품의 재료로 사용했다. 대부분 이름 없는 익명의 인물 장소 사건 등을 담고 있는 ‘죽은 사진’으로 분류됐지만, 이를 복원하고 나아가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그는 사진에 생긴 부식 얼룩 긁힘 왜곡 등을 시간의 형상으로 여기고, 여기에 기억 망각 소멸 등의 이미지를 적용해 유령처럼 보이게 유도했다. 이를 통해 넘쳐나는 이미지의 시대에서 ‘망각된 이미지’에 주목하길 바라는 의도를 담아냈다.

15일 오후 3시 갤러리에서 작가가 직접 ‘동시대 사진, 차용과 손상의 미학’을 주제로 특강도 펼친다. 무료. (051)715-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