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BIFF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2026.10.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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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 행사에서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고 안성기 배우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BIFF 제공 |
- 日감독 “존재 자체가 영화” 회고
- 뮤지엄 원 ‘특별전’ 12월 말까지
“임권택 감독은 영화 ‘축제’(1996)에서 장남 역을 맡은 배우 안성기가 가장 힘든 연기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왜냐하면 ‘축제’에서 장남 역 안성기는 줄곧 스크린에 나오지만, 아무것도 하면 안 되었거든요. … 영화 안에서 중심을 잡는 존재이면서도, ‘거기 있는 것으로 충분한 사람’이 꼭 필요해 안성기를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기획프로그램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의 한 순서로 지난 12일 오후 CGV 센텀시티(부산 해운대구) 2관에서 ‘축제’(감독 임권택)가 상영됐다. 관람권은 매진됐다. 오후 5시30분께 영화가 끝나자 정성일 영화평론가·영화감독이 나와 지난 1월 5일 향년 74세로 타계한 친근하고 위대했던 배우 안성기를 추모하는 특강을 시작했다.
BIFF는 이 특별기획에서 ‘칠수와 만수’ ‘축제’ ‘바람 불어 좋은 날’ ‘개그맨’ ‘고래사냥’ ‘하얀전쟁’을 지난 7~12일 틀었고, 추모와 회고의 GV(관객과의 대화)도 마련했다. BIFF 측은 “이장호 배창호 박광수 이명세 정지영 감독, 김보연 김수철 배종옥 배우가 GV에 동참했고, 영화감독 장건재 김초희 박이웅 윤단비 오정민은 GV 진행을 맡았다”고 전했다.저명한 영화평론가답게 정성일은 한국영화 역사와 맥락, ‘축제’의 미학과 담론, 안성기 배우론을 걸림 없이 오가며 추모 특강을 이어갔다. 일본 영화감독 오구리 코헤이가 지난 5월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들려줬다는 안성기 회고담도 흥미로웠다. 1990년 ‘죽음의 가시’로 제43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오구리 감독에 관해 정 평론가는 “1980년대 일본 영화의 중요한 인물이자 위대한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오구리 감독은 1996년 영화 ‘잠자는 남자’에 안성기를 캐스팅했다. 영화 내내 잠만 자는 역할이었다. “전주영화제에서 관객이 왜 안성기가 필요했는지 물었고, 감독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 평론가가 소개했다. “그 영화에서 잠자는 남자는 지구의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그건 뭔가를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거기 그냥 ‘있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일본 영화계에서 나는 그런 배우를 찾지 못했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안성기 배우가 출연을 거절하면, 이 영화를 못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인은 1998년부터 BIFF 집행위원을 맡았다. 2005년부터는 BIFF 부집행위원장으로 일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겸손했으며, (시나리오에서 자기 배역만 달랑 읽고 오는 배우가 많은 가운데) 언제나 시나리오 전체를 읽은 뒤, 남들이 3회 차쯤 촬영한 뒤 “이 영화는 망할 거다”고 예측하며 힘을 뺄 때도 마치 이 작품이 자신의 최고 걸작이 될 것처럼 정말로 최선을 다했던”(정성일의 표현) 안성기는 BIFF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영화의전당 곁 미디어 아트 전문 현대미술관 뮤지엄 원이 부산시립미술관과 협력해 주최하고, BIFF가 후원하는 전시 ‘영화와 현대미술-안성기를 기리며’가 지난 6일 시작해 오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곽지수 구본창 김가람 김수철 하현 단잠 박정혁 이이남 조덕현 차민영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한 배우에게 헌정하는 현대미술 전시로는 전례 드물게 규모가 있고 모험심도 가득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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