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나고황손’ 존재감 거의 없어
- “조급함 때문에 공 맞추기 급급”
- 신본기 위원 마운드 과부하 우려

- NC구장 사고로 오늘 경기 취소
- 전 구단, 야구장 긴급 시설점검

경기마다 점수 ‘한 점’을 내기가 너무 힘이 든다. 올 시즌 초반 타선이 깊은 침묵에 빠지자, 매년 봄이면 맹위를 떨치던 롯데 기세가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 롯데 타선이 급격한 침체에 빠져 물 먹은 솜방망이 신세다. 사진은 타격하는 윤동희.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8경기에서 2승 1무 5패를 기록했다.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무는 이유는 타선 탓이다. 지난 31일까지 롯데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2.12점에 그쳤고, 당연히 팀 타율은 0.209에 불과하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더욱 암담하다. 득점권 팀 타율은 0.205로 가뜩이나 낮은 타율이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554로 한화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반면 삼진은 60개로 전체 4위, 병살타는 11개로 가장 많다. 정리하자면 롯데 타자들은 출루도 쉽지 않은데, 어렵사리 득점 상황을 만들어내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거나 병살타로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홈런을 친 나승엽이 1루로 달려 나가는 모습, 이원준 기자

시즌 초반이라고 마냥 안심하고 기다릴 순 없다. 지난해도 3월과 4월 내내 타선의 부진으로 초반 연패를 거듭하며 승수를 쌓지 못했다. 5월 들어 타선이 살아났지만 너무 늦었다. 앞선 두 달 동안 너무 많은 승수를 놓쳤고 투수와 불펜진 소모가 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타선 부진은 젊은 피와 베테랑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지난해 이른바 ‘윤나고황손’으로 불렸던 선수들 방망이는 싸늘하게 식었다. 고승민과 황성빈은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윤동희 손호영 타율은 1할대다. 나승엽은 지난 29일과 30일 kt전에서 이틀 연속으로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타율은 2할대에 머물러 있다.

경기 전 타격 훈련하는 전준우. 롯데 자이언츠 제공

베테랑이 노련하게 젊은 선수를 이끌어줘야 할 때지만 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주장 전준우는 지난 31일까지 28타수 6안타, 타율 0.214로 부진했다. 지난 시즌 202안타를 몰아치며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던 레이예스도 31타수 6안타, 타율 0.194로 존재감이 없다.

롯데 타선이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이어가는 이유를 두고 진단은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았다.

레이예스가 타구를 응시하는 모습. 롯데 자이언츠 제공

MBC 신본기 해설위원은 “롯데 젊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타격감이 좀 빨리 올라왔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결과가 스스로 기대에 못 미치니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며 “조급함 때문에 자기 페이스대로 못 치고 공을 맞추기 급급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해설위원은 “타선이 부진하면서 선발 투수와 불펜진에 과부하가 더 걱정스럽다”며 “지난해처럼 타선이 감을 찾아도 마운드가 혹사당하면 치고 올라가야 할 때 힘을 못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관중 사망 사고 추모를 위해 1일 롯데-한화전(대전)을 포함해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다. 또 롯데를 비롯한 전 구단은 야구장 긴급 시설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