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동대신동 주택가에 책방 인 듯, 아닌 듯한 책방이 있다. 이름하여 ‘동주책방’(사진). 동주책방은 현란한 네온사인이나 간판도 없다. 건물 왼쪽에 있는 책방 문패와 ‘서점’, ‘책’이라는 글이 전부다. 게다가 문패는 덩굴 식물에 가려 ‘동주’ 두 글자만 보인다.

독립서점 동주책방은 국내 1호 자연과학 서점이다. 생물학자 이동주 교수가 운영하는 이곳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인간미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가구와 책들이 어우러진 공간은 ‘한 권의 책’이 가진 힘과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

이학박사인 이동주 대표가 대영박물관 연구원이었던 시절, 헌책방에서 꼭 갖고 싶었던 책을 발견했다. 책방 주인에게 가격을 묻자 “책에 적힌 값대로 가져가라”라며 단돈 5파운드에 책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이는 책을 단순히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그 가치를 존중하고 의미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동주책방 실내외 디자인은 이 대표가 직접 구상한 것으로, 책방 입구부터 은하철도 999처럼 어딘지 모를 신비한 느낌을 받는다.

과학자의 꿈과 철학, 사람 냄새가 어우러진 특별한 책과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는 동주책방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서점이 될 것이다. 동주책방은 서구 보수대로 201번길 10에 있으며, 영업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다. 화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