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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 |
석류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새벽을 깨운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새벽, 그 만큼의 소리만을 곁에 두고 문장 하나하나가 천천히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글이 품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인 나와 마주하는 때가 온다. 작가와 독자가 문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순간이다. 그 만남은 짧지만 깊고, 고요하지만 오래 남는다. 삶은 어쩌면 그런 고요한 순간들 속에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이 주는 정신적 경험은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의 폭을 넓혀준다. 넓어진 세계는 다시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그 안에 새로운 가치를 키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필생의 대작을 완성했다. 독서와 사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키워갔던 그는, 독서가 독자에게 어떤 생각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라고 보았다. 책은 답을 대신 주기보다 생각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 욕망이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내면의 나를 만나게 한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왜 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짧고 단순한 말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산을 오르는 사람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왜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이 나오겠다. “거기 책이 있으니까.”
숨통이 트이는 시간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고요 속에서 문장 하나가 내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책은 새벽을 깨운다. 새벽을 깨우는 것은 어쩌면 책이 아니라, 그 문장을 기다리고 있던 내 마음인지도 모른다. 책은 내 마음이 오래 머물던 시간 속으로 말 없이 들어온다. 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책과 함께 그 고요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 책은 새벽을 깨운다. 그 새벽은, 온전히 나를 깨운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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