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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땅이 됐다…숲과 호수가 됐다…예술 가득한 정원이 됐다

전남 해남의 새 명소, 산이 곧 정원인 ‘산이정원’
글·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2026.05.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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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산이정원 가든뮤지엄에서 바라본 전경. 이곳은 전남에 등록된 민간 정원 중 가장 큰 규모로, 13개 테마 정원과 다양한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거대한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전남 해남을 찾는 새로운 이유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산이정원’이다. 대흥사와 미황사, 두륜산도립공원, 그리고 명량대첩지까지. 자연과 역사, 문학을 모두 품은 여행지 해남에 ‘정원’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더해졌다. 그것도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닌 자연과 예술, 인간의 감수성이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지다.
산이반도를 형상화한 노리정원에 있는 200년 된 동백나무.
바다 위에 세운 정원, 산이정원이 자리한 곳은 원래 바다였다. 산이반도 앞 달도 독도 송도 등 몇 개의 섬이 흩어져 있던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는 서남해안 간척지 개발사업으로 육지로 변했다. 여기에 BS그룹이 나서면서 오랜 시간 염분 가득한 황무지가 정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30여 년간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을 가꾼 산이정원 이병철 대표가 땅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바람과 염분 등의 요인으로 식물이 자라는데 치명적인 난제를 풀기 위해 지표를 덮는 성토 작업을 했다. 정원 설계는 최대한 지형과 지리적 특성을 살려 반영했고, 무엇보다 산이면의 역사에 스토리를 입혔다.

산이정원은 2022년 토목공사를 시작해 2024년 5월 16만5480㎡ 규모로 1차 개장했다. 전라남도에 등록된 민간 정원 중에 가장 큰 규모이다. 정원을 만들기엔 거의 불가능한 땅이었고, 식물이 뿌리내리기조차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산이정원은 ‘땅을 살리는 정원’을 목표로 시작됐다. 흙을 덮고 바람을 견디고 시간을 쌓아가며 지금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과거 바다였던 공간은 이제 숲과 호수, 그리고 생명이 숨 쉬는 정원으로 바뀌었다.

‘산이’라는 정원의 이름은 단순한 지명에서 출발했지만 의미는 깊다. ‘산이면의 정원’이자 ‘산이 곧 정원이 된다’는 뜻으로, 한국 정원의 핵심 가치인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담은 이름이다. 자연을 바꾸기보다 흐름에 맞춰 공존하는 방식, 그것이 산이정원이 지향하는 철학이다.
숲과 초원이 어우러진 하늘마루에 설치된 유영호 작가의 ‘Bridge of Human’.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풍경에 예술을 더했다는 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조형물들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지구를 끌어안은 듯한 이재효 작가의 작품, 그리고 어린 왕자 조형물, 여기에 유영호 작가의 ‘브리지 오브 휴먼’까지 더해지며 정원은 하나의 야외 미술관이 된다.

정원을 걸으면 스토리가 있는 미술관을 경험 하게 된다. 특히 정원 중앙에 홀로 선 ‘200년 된 동백나무’는 산이정원의 랜드마크다. 인근 밭에서 이식되어 온 이 나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자연 예술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그 연결이 바로 산이정원의 정체성이다. 산이정원은 하나의 큰 공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맞이정원’과 ‘물이정원’을 지나면 ‘약속의 숲’이 나온다. 이곳에는 탄소 저감을 상징하는 나무들과 함께 아이들의 소망을 담은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
산이정원의 테마 정원 중 하나인 ‘나비의 숲’ 후박나무 군락에 설치된 해먹.
‘서약의 정원’에는 작은 웨딩 공간이 있다. 푸른 나무가 하객이 되고, 새가 증인이 되는 자연 속 예식장이다. 이 밖에도 ‘나비의 숲’ ‘소리의 정원’ ‘거미의 숲’ 등 총 13개의 테마 정원이 이어지며, 걷는 것이 하나의 서사가 된다.

최근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키워드는 ‘무해함’이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머물며 회복하는 ‘무해한 여행’. 산이정원은 그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사진 몇 장 찍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나무 사이를 걷고 바람을 느끼며 스스로를 비워내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어른들은 잊고 지낸 감각을 되찾는다. 실제로 어린이 명상 프로그램 등 다음 세대를 위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이곳의 식물은 아무렇게나 심어진 것이 아니다. 외래종과 토종을 가리지 않고, 이 땅에 적응해 살아남은 종들만 남았다. 잘 자라면 우리 식물이다. 산이정원은 ‘종의 다양성’을 통해 더 풍성한 미래를 그린다. 지금은 아직 어린 정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나무들은 숲이 되고, 그늘이 되고, 또 다른 생명을 품게 된다. 산이정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 그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병철 대표가 진행하는 ‘행복한 정원사 투어’(2시간), 정원 해설사들이 산이정원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산이정원 투어’(1시간), 이승미 관장이 해설에 나서 산이정원의 건축, 미술 작품 해설을 하는 ‘산이정원 ART 투어’(1시간 30분) 등이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평일 8000원·주말 1만 원이고,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그동안 해남이 자연 문학 역사의 여행지였다면, 이제는 ‘정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이 됐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성장 중인 산이정원이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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