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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현대, 두 시대의 공존…그 시간여행 길은 미식로드

눈과 입이 즐거운 튀르키예 이스탄불
글·사진=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2026.07.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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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데니즐리에 있는 온천 ‘파묵칼레’.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하얀 석화층을 따라 온천수가 고이고 흐르는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 유럽과 아시아 잇는 옛 동로마 수도
- 500년 넘은 시장 그랜드 바자르와
- 구시가지·아야소피아 등 건축 유산

- 신시가지 감각적 카페와 맛집 즐비
- 달콤 디저트 ‘바클라바’ 꼭 맛보길
- 아시아지구선 천천히 골목길 여행

- ‘곱창 케밥’ 등 길거리 음식 맛 황홀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과거와 현재, 역사와 미식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도시다. 구시가지에는 동로마와 오스만의 흔적을 따라 제국의 시간이 흐르고, 신시가지에서는 오늘날 튀르키예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바다 건너 아시아지구에는 현지인의 일상이 한결 여유롭게 펼쳐진다. 여기에 종류만 수백 가지에 이르는 케밥과 달콤한 디저트 등 미식을 곁들이면 여행의 즐거움은 한층 풍성해진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스탄불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자리한 ‘예니 모스크’.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모스크다.
■3개의 지구, 3가지 매력

이스탄불 여행지는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뉜다. 역사 유적이 집중된 ‘구시가지’, 현대적인 번화가 ‘신시가지’,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시아지구’다. 흔히 이스탄불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웅장한 모스크와 화려한 카펫이 걸린 전통시장 등의 풍경은 대부분 구시가지에 있다.

구시가지에는 ‘아야소피아’ ‘술탄아흐메트 모스크’ 등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 유산을 비롯해 300개가 넘는 모스크가 자리한다. 유명 모스크가 아니더라도 하나하나가 수백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만큼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구시가지에 있는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
쇼핑의 천국 ‘그랜드 바자르’도 빼놓을 수 없다. 1461년 조성된 전통시장으로, 3만 ㎡ 규모의 공간 안에 미로 같은 골목과 수천 개의 상점이 빼곡히 들어섰다. 전통 디저트부터 향신료 도자기 실크 차 등 없는 것이 없다. 하루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만 20만 명이 훌쩍 넘는다. 그랜드 바자르보다 현지 느낌이 더 강한 시장을 찾는다면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므스르 차르슈’(일명 이집션 바자르)도 좋다.

구시가지에서 제국의 시간을 엿볼 수 있다면 신시가지에서는 감각적인 카페와 맛집, 미술관 등 현대 튀르키예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500m 길이의 갈라타 다리로 연결된다. 신시가지를 대표하는 명소는 ‘이스티클랄 거리’이다. 부산의 서면이나 남포동과 비슷한 번화가로 길 양쪽에는 옷 가게와 악기점, 카페 등이 줄지어 있다. 거리 중간에는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램이 여행객을 싣고 오간다.

신시가지의 명소 ‘카라쾨이 귈뤼올루’에도 방문해 보자. 1820년 문을 연 디저트 전문점으로 200년 넘게 바클라바(견과류 시럽 등이 들어간 달콤한 페이스트리 과자)를 만들어 온 곳이다. 품질 유지를 위해 지점을 내지 않고 본점 한 군데만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기자기한 안뜰도 조성돼 있어 디저트를 맛보며 쉴 수 있다.

아시아지구로 이동할 때는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시가지의 카바타스 여객선 터미널에서 30분 만에 아시아지구의 중심지 카디쿄이에 닿을 수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이스탄불의 풍경 덕분에 이동 시간도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진다. 아시아지구는 활달한 분위기의 앞선 두 권역과 달리 한결 조용하고 여유롭다. 골목을 천천히 거닐며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케밥 ‘코코레치’(왼쪽), 디저트 ‘바클라바’.
■길거리에서 즐기는 미식

이스탄불은 다양한 문화와 시간이 뒤섞인 도시답게 미식 문화도 다채롭다. 고품격 식당에서 정찬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현지 문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길거리 음식을 경험해 보자.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케밥’이다. 원통형 기둥에 겹겹이 쌓은 고기를 얇게 썰어 먹는 모습만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사실 케밥은 특정 메뉴 이름이 아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물 없이 직접 열을 가해 익힌 육류 요리를, 넓은 의미에서는 재료를 구워 먹는 조리 방식 자체를 가리킨다.
색다른 케밥을 맛보고 싶다면 ‘코코레치’를 추천한다. 일명 ‘곱창 케밥’으로 양이나 염소의 곱창을 숯불에 구운 뒤 각종 향신료를 섞어 빵 사이에 끼워 먹는다. 곱창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숯불 향, 매콤짭짤한 향신료 풍미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해산물이 당긴다면 ‘발르크 에크메크’가 좋은 선택이다. 국내에서는 ‘고등어 케밥’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하면 생선이 들어가기 때문에 케밥이 아니다. 고등어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뒤 각종 채소와 향신료를 곁들여 빵 사이에 넣어 먹는 음식이다.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고등어의 풍미와 새콤한 향신료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채식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치이 쾨프테’를 맛보는 건 어떨까. 이 음식은 불구르(통밀을 쪄서 말린 뒤 빻은 곡류)와 토마토 페이스트, 향신료를 반죽해 만든다. 본래는 불구르 대신 생고기를 뭉쳐 만들었으나, 2008년 튀르키예 정부가 생고기 사용을 금지하면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로 변신했다. 양상추나 빵에 싸서 레몬즙을 뿌려 먹는데,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매콤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샬감 수유’에 도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자색 당근과 순무, 고춧가루 등을 넣어 발효시킨 짙은 자줏빛 음료다. 처음 마시면 짭짤하고 매콤한 맛에 당황할 수 있지만 기름진 케밥과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 줘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 자연이 빚은 에메랄드빛 온천탕…인근엔 로마가 만든 고대도시도

- 클레오파트라가 반한 석회층 ‘파묵칼레’서 족욕
- 히에라폴리스 내 129년 지어진 대형 극장 장관

이름은 낯설지만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새하얀 석회층과 그 위를 흐르는 푸른빛 온천수 풍경을 보면 누구나 “아, 여기!”하고 떠올리는 곳이 있다. 바로 튀르키예 남서부 데니즐리에 자리한 온천 ‘파묵칼레’다.

파묵칼레는 튀르키예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새하얀 석회층이 멀리서 보면 목화로 쌓아 올린 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새하얀 석회층을 따라 온천수가 고이고 흐르는 풍경은 마치 SF 영화 속 외계 행성의 모습처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히에라폴리스 고대 극장 전경.
파묵칼레 주변에는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가 자리한다.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로마 제국의 도시로, 현재도 당시 유적이 잘 보존돼 있다.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는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함께 인정받아 1988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스탄불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방법은 크게 버스와 비행기 두 가지다. 버스를 이용하면 10시간가량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객은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항공편(이스탄불국제공항-데니즐리 차르닥 공항)을 선택한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미니버스 ‘돌무쉬’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공항에서 파묵칼레까지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의 입장료는 30유로(한화 약 5만2000원) 수준.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한 번 입장하면 시간제한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파묵칼레 일부 구간은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지형 보호를 위해 물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한다. 온천수는 36도 안팎으로 염화물과 탄산칼슘 성분 등을 함유해 피부와 관절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족욕만으로 아쉽다면 몸을 담가볼 수도 있다. 히에라폴리스 내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수영장’이 있다. 유료로 즐길 수 있는 온천 시설로, 클레오파트라가 이곳에서 수영을 즐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영장 바닥 곳곳에는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잠겨 있다. 먼 과거 지진으로 무너진 건축물이 온천 안으로 떨어져 지금의 모습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히에라폴리스 고대 극장’ 역시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다. 129년 로마 황제의 방문을 기념해 건립된 대형 극장으로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맨 윗줄 좌석에 앉으면 극장 전체와 그 너머로 펼쳐진 히에라폴리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대 가운데서 낸 작은 소리가 극장 전체에 울리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 당시 뛰어난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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