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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어사 대웅전 내부. 가운데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오른쪽부터 제화갈라보살-본존 석가모니불-미륵보살 )을 모셨다. 양옆에 보물로 지정된 벽화가 있다. 사진 속 왼쪽 벽에 아미타여래삼존도, 오른쪽 벽에 약사여래삼존도가 그려졌다. 대웅전 건물·불상·벽화가 모두 보물이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 맞배지붕 대웅전 등 보물지정 문화재 여럿
- 대웅전 불상 이어 벽화까지 최근 지정 경사
범어사(梵魚寺). 정겨운 이름이다.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고 해서 산 이름이 금정산(金井山)이고 그곳에 사찰을 지어 범어사(梵魚寺)를 건립했다.” 조선 중종 때인 1530년 나온 책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절 이름 유래다. 하늘에서 헤엄쳐 내려온 금빛 물고기가 노닌 곳에 연꽃 송이들처럼 함초롬히 자리 잡은 1300년 고찰(678년 창건)이라는 서사는 드물고 강렬하고 정겹다.
부산 사람에게 범어사는 참으로 친근한 존재다. 나들이하던 장소이고 데이트하던 공간이며, 금정산 오르내릴 때마다 지나쳤고, 부처님오신날 가장 먼저 떠올리며, 마음의 평화와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 종교 공간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범어사역도 있다. 그래서 범어사는 ‘내가 좀 아는’ 아주 큰 절로 많은 사람 가슴에 각인돼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26일 범어사 대웅전 안에 그려진 벽화 4점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매우 드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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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벽화인 아미타여래삼존도를 정면에서 촬영했다. 김성효 선임기자 |
아뿔싸! 미처 몰랐던 우리 곁의 범어사 대웅전이 ‘보물 트리플 크라운’(3관왕)이었다니!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그 의미에 관해 몇 가지 문의했다. 이 박물관 박서영 학예사가 보내온 답신을 정리하면 이렇다. “부산의 사찰 벽화가 보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범어사 대웅전처럼 건물·불상·벽화가 각각 모두 보물 등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극히 드물다.” “범어사 대웅전은 건물·불상·벽화가 아주 치밀하게 연동돼 구성된 점이 보물 지정에서 주효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은 건물이 1962년 국보, 불상이 2001년 보물, 벽화가 2009년 국보로 지정됐다.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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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보물로 지정된 범어사 대웅전. 소박하고 부드러운 맞배지붕, 절제된 미와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삼 칸 구성이 특징이다. 김성효 선임기자 |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는 지난 12일 ‘범어사 대웅전 벽화 보물 지정 기념 특별강연’을 열었다. 보물 지정이 이뤄지자마자 특강을 마련한 기동성과 조직력을 보며 범어사가 정성을 많이 쏟았다고 느꼈다. 이날 오전 10시 범어사 선문화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강연 강사는 한국의 불교 미술사 부문 최고 반열로 평가되는 학자인 박은경 동아대 명예교수였다. 놓칠 수 없는 이 자리로 달려갔다. 객석은 꽉 찼다.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의 축사는 대웅전에 쏠린 대중의 마음을 어느 정도 대변했다. “범어사로서는 19년 만에 이뤄진 보물 지정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지만 미처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대웅전을 다시 보는 계기가 돼 매우 뜻깊다. 대웅전 벽화를 보며 당시 백성의 삶을 보듬고 넋을 달래려던 마음을 느꼈다.” ■삼 칸 맞배지붕
박은경 명예교수가 나섰다. “범어사는 이름에서부터 옛사람의 서사가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가 있다. 힘들 때 범어사에 오면 기운을 받아 간다. 에너지가 응집된 공간이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범어사 대웅전은 맞배지붕이다. 팔작지붕이 아니다. 그리고 삼 칸이다. 삼 칸 맞배지붕이다. 라인이 굉장히 완만하게 내려오고, 심플하다. 단순함의 미학이 있다.”
그는 1613년 조성된 대웅전이 삼 칸 맞배지붕임을 강조했다. 삼 칸은 건물이 크지 않다는 뜻이고, 맞배지붕은 소박함을 뜻하는 듯했다. 이런 소박·단순하며 크지 않은 대웅전 안에 “깜짝 놀랄 만한 대규모 문화유산이 있다”고 박 명예교수는 안내했다. 바로 대웅전 안에 모신 벽화와 불상과 불탁 같은 ‘보물’을 뜻했다. “범어사를 새롭게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힘줘 말한 그는 “이제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청중을 이끌었다.
“대웅전에 들어가면, 부처님의 시선 방향을 기준으로 좌우가 정해지는 점을 주의해 달라”는 중요한 안내가 이어졌다. 불상을 마주하고 선 관람자가 느끼는 왼쪽은, (불상의 시선이 기준이 돼야 하므로) 부처님의 오른쪽이 된다. 즉, 좌우가 바뀐다.
■대웅전이라는 우주
대웅전 내부 세계는 경이로웠다. 크고 작은 요소 하나하나 모두 의미 있고, 전통이 쌓였고, 정신이 배어 있다. 크지도 넓지도 않은 신성한 공간인 대웅전이 시간·공간 차원에서 무한대로 확장되는 불국토를 상징하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웅전에 봉안된 목조석가여래삼존불(1661년 조성·보물)은 좌협시 제화갈라보살(과거세)-본존 석가모니불(현재세)-우협시 미륵보살(미래세)로 구성된 삼세불상이다. 이 삼세불상(삼존불상)은 영원한 시간을 상징한다. 제한된 공간인 대웅전의 시간을 영원으로 바꾸고 가꾼다. 이것이 시간축이다.
대웅전 본존불의 시선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동쪽)에는 약사여래삼존도 벽화(이번에 보물로 지정)가 있고, 오른쪽(서쪽)에는 아미타여래삼존도 벽화(이번에 보물로 지정)가 있다. 본존불 뒤에 1882년 조성한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다. 이들 벽화 2점, 탱화 1점을 이으면 서방 아미타여래-중방 석가여래-동방 약사여래가 된다. 이들은 공간적 개념인 삼방불(三方佛)이다. 사방에 두루 계신 부처를 표현했다. 이렇게 영원한 시간축-무궁한 공간축을 갖춘 ‘불국토’가 대웅전 속에 구현됐다.
■발견의 즐거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범어사 대웅전 벽화는 약사여래삼존도·아미타여래삼존도와 함께 각각 벽화의 곁에 함께 작게 그려진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그림과 달마·혜가단비도이다. 이렇게 모두 4점이다. 박 명예교수는 “관세음과 달마·혜가단비도 또한 에너지가 엄청나다”며 대웅전 속 불국토 상징을 세심하게 보고 발견하기를 권했다. 그는 특히 “천장을 보면 용 그림과 닷집 등이 있다. 이 또한 앞으로 국가유산 지정을 추진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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