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에든버러성에서 굽어본 성 안팎 풍경. 성안에 있는 건물은 고색창연했고, 성 바깥 도시 조망은 시원했다. 조봉권 선임기자 |
- 풍요로운 문화예술·중세풍 낭만
-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지만
- 그 중 최고는 ‘친절과 환대’였네
![]() |
| 에든버러 도심에 자리한 ‘내셔널 갤러리즈 오브 스코틀랜드: 내셔널’에서 관람객이 그림을 즐기고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
유명한 의학박물관 서전스홀(Surgeon’s Hall) 근처 작은 베트남식당에서 밥을 먹고 트래블월렛 카드(여행자용 직불카드)를 단말기에 탭(tap·살짝 갖다 댐)하자 금세 결제가 됐다. 카운터를 지키던 스코틀랜드 소녀는 “Perfect!” 하고 칭찬하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흐뭇해지면서도 ‘이게 그렇게까지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이런 식이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취재 차 지난달 24일~지난 1일 사이 머문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만난 이 도시 사람들은 친절했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대체로 모든 승객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거나 받아주었다. 인종이나 문화에 관한 편견도 별로 없어 보였다. 에든버러 박물관(Museum of Edinburgh)에는 ‘우리 도시 게이·레즈비언 역사와 문화’를 정식으로 풍부하게 전시해 두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중심지 로열 마일의 민중 이야기 박물관(People’ s Stroy Museum)과 에든버러 박물관을 둘러보고 기진맥진해 야외 벤치에 앉아 쉬는데 퇴역 군인이 아닐까 싶은 강인한 인상의 옆 벤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주민인 그가 들려준 정보는 훌륭했다.
“근처에 내셔널 갤러리즈 오브 스코틀랜드 모던 원과 모던 투가 각각 있다. 정말 멋진 현대미술관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소다. 꼭 가보시라!” 그렇게 내 고장 자랑에 열을 올리던 그가 문득 말을 멈추고 물어왔다. “Am I speaking too fast?” (내 말이 너무 빠른가?) 외국인인 상대의 표정을 살피며 혹시 자기 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그에게서 친절을 느꼈다.
그의 설명대로 ‘내셔널 갤러리즈 오브 스코틀랜드: 모던 원’은 구성이 정말 좋았다. 신생아를 거대하게 표현한 론 뮤익(Ron Mueck)의 유명한 조형 작품 ‘A Girl’을 비롯해 잊히지 않을 작품을 꽤 만났다. 뮤지엄숍에는 ‘Make Break Remix: The Rise of K-Style’(피오나 배 지음)이라는 한류 문화 책도 있었다. 시간이 모자라 ‘모던 투’에 못 간 건 내내 아쉽다.
내셔널 갤러리즈 오브 스코틀랜드에는 ‘모던 원’과 ‘모던 투’ 말고도 ‘내셔널’과 ‘포트레이트’도 속해 있고, 이 모두 에든버러 시내에 있다. 인물화 전문 ‘포트레이트’에는 못 가고 말았지만, 접근성 탁월한 ‘내셔널’에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노럼성, 해돋이(Norham Castle, Sunrise)’ 등을 직접 보니 황홀했다.
◇ ‘스코틀랜드의 심장’ 에든버러성…조망이 압권인 중세 성
![]() |
| 스코틀랜드국립박물관 전시실 모습. 문명 발전에 기여한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이 스며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
에든버러성은 조망이 좋다. 도심·근교·올드 타운·뉴 타운 어딜 가든 에든버러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중세 도시 분위기를 느꼈다. 현대 건물이 있어도 중세풍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가 이뤄졌다. 초고층 건물·전망대는 없다. 스코틀랜드국립박물관 옥상에 가꾼 공중정원이 소담하고 아름다웠는데 저 멀리 에든버러성이 잘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낮다. 에든버러 조망은 에든버러성이 최고였다.
에든버러성 공식 가이드 투어는 영어로 30분간 진행됐고 알찼다.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공인된 정보를 전하는 해설이니 영어 표현이 까다롭지는 않았다. 이 투어를 통해 역사·문화·상업·예술 도시로서 에든버러의 중요한 기억과 유산은 어떻게든 에든버러성과 연결돼 있다는 확신이 섰다. 이 성의 별칭은 ‘스코틀랜드의 심장’이다. 1861년부터 선박을 위한 시보로 시작한 ‘1시 대포(The One O’ Clock Gun)’, 유서 깊은 성 마가릿 예배당, 1449년 제임스 2세 왕 결혼 예물로 만든 사연 많은 초대형 대포 몽스 멕(Mons Meg) 등 성 구석구석 모든 곳에 스코틀랜드 사람의 패배와 승리, 에든버러 시민의 한과 기쁨이 켜켜이 쌓여 있다.
◇월터 스콧·해리 포터 ‘문학의 도시’…부산이 배울 만한 ‘환대의 도시’
![]() |
| 문학인에게 헌정된 기념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스콧 기념탑(Scott Monument). 조봉권 선임기자 |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에 관한 영감을 얻고 집필을 이어간 도시도 에든버러다. 시내에는 공식 해리 포터 기념품 판매점이 여행객을 유혹했다. 역사가 길고 사연이 많은 에든버러에는 종류별로 명소가 무척 많아 각자 취향에 맞는 여행법을 택하면 된다.
![]() |
| 번화가 그래스마켓에서 만난 ‘암체어북스’ 등 헌책방들. 조봉권 선임기자 |
문화·예술도 중요했다. 1947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출범할 때 거기 끼지 못한 8개 극단이 근처에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펼치자, 이 도시는 두 축제를 첫해부터 함께 열었다. 그렇게 시작해 수많은 예술 축제가 생겼다. 온 세계에서 달려오는 이들 축제를 통해 에든버러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환대하고, 편견을 갖지 않는 성숙한 태도가 소중함을 깨우친 듯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design/m_littletern202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