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든 새벽녘 누군가의 발길질에 잠을 깬다. 잠꼬대 처럼 "우유 우유…"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한방을 가득 채운 침대 위에 세 아이가 사방팔방으로 널브러져 자고 있다. 창가 옆 구석진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잠자리를 청하는 필자의 침대 위 풍경이다.

필자의 나이는 40대 후반에 이르렀지만 16개월 쌍둥이 딸과 32개월인 딸을 뒀다. 나이가 꽤 많은 아빠다. 다행히도 생물학적 나이를 극복(?)한 덕분에 이런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있다.

사십이라도 늙어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십이어도 아직 젊어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의 나이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다르게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꿈과 의욕을 잃어버렸다면 그 사람은 늙은 사람이다. 나이라는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파도를 타는 한 그 사람은 청춘이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라는 시구는 젊고 늙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주관에 달렸다는 것을 잘 표현해 준다. 우리의 신체도 어떤 시스템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면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의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여준다.

따라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은 어느 시점에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사는 내내 추구해야 할 삶의 시스템으로서 방향성과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 운동, 좋은 책 읽기, 명상, 글쓰기, 긍정적 대화, 봉사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함으로써 이런 시스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맡기지 않고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생각과 욕구, 정서, 가치관을 바꾸고 기분과 마음가짐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스스로 나이에 한계를 가질 때 실제로 늙어간다. 위대한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여든의 나이에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인 폴스타프를 작곡했다. 그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90세가 넘도록 60년 이상을 3, 4년마다 주제를 바꾸어 공부했다고 한다. 한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는 그들처럼 탁월하고 완벽한 일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나이와 관계없이 작은 것이라도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배우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스스로 가능성을 최대한 넓히고 긍정적이고 건설적 사고를 할 때는 청춘이다. 우리는 뭔가를 시작할 때 꿈과 희망도 생기기 때문이다. 도전에 있어 늦은 때는 없다. 도전하지 않을 때 늙은 자신만 남을 뿐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삶의 의미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된다. 얼마 전 TV에 나온 꽃미남인 전직 세계적 스타플레이어 축구선수가 이제 40대 아저씨라서 힘도 근력도 떨어진다고 우스개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그 이후의 그의 모습은 외모만 본다면 예전과는 180도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스스로 가능성을 좁히는 순간 우리는 나이에 갇혀 버린다.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만 97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인생 황금기는 60~75세라고 한다. 무엇이든 배우며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은 성장하고, 그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한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도 성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계속 책 읽고 생각을 하면 85~86세까지도 연장된다고 한다. 100년 가까이 건강하게 살고 있고, 지금까지 저작 활동과 강연까지 하는 철학자의 비법이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만 97년을 살아보니 더불어 살던 때가 행복했다고 하며,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도전이 경제적 ·현실적 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건이 되는 것이라도 먼저 시도해보기 바란다. 다이어트, 운동, 독서, 글쓰기, 업무 관련 학습, 금연, 금주, 절주, 취미활동, 봉사하기 등등. 이것들은 하면 할수록 다른 여건이 좋아지거나 다른 여건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사실 이런 시도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까지 만들어준다. 그렇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필자의 경우 마흔 이후에 시작한 것들이 지금 삶에 많은 행복과 의미를 주고 있다. 어렵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그렇다. 근력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렇고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그렇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더욱더 그렇다. 이렇듯 필자가 잘한 일은 모두 늦은 때 시작한 일이다. 늦게 시작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때라도 시작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지금 시작하면 가장 좋은 때다.

경성리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