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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주인공 이호철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 참모로 청와대 근무 중이었다. 민정비서관, 제도개선비서관을 거쳐 국정상황실장으로 승승장구 중이었던 그는 실세로 통했다. 하지만 출입기자들은 제대로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출입기자들의 청와대 경내 출입을 엄금했기 때문. 대신 국정 현안과 관련한 관계자들의 공식 브리핑을 활성화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기자실 ‘춘추관’ 마이크 앞에 서지 않았다. 기자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궁금증과 소문은 커져만 갔다. ‘대통령 복심’ ‘청와대 군기반장’ 등. 숱한 언론이 작심하고 취재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필자 역시 기자적 ‘오기’가 발동했다. 2005년 어느 날, 청와대 경내 출입이 유일하게 허용되던 풀(pool)단 기자로 들어갔을 때 ‘거사’를 전격 감행했다. 취재가 끝난 틈을 타 그의 방을 방문했다. “아니, 어떻게 여기를….” 지금도 당황하던 그의 표정이 생생하다. 그러나 매몰차게 내쫓진 않았다. 공식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언론과 접촉을 꺼리는 이유를 나름 설명했다. 첫째, 대통령의 비서로서 대외적 ‘입’이 없다. 둘째, 자신은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강제 차출’된 만큼 다른 정치적 야심이 없다. 셋째, 성격상 실세 운운할 만큼 권력 헤게모니 싸움에 밝지 못하다. 넷째, 참여정부가 끝나면 ‘자연인 이호철’로 돌아갈 것이다. 비보도 전제를 달았던 만큼 당장 기사화하진 못했다. 이후 기사에서 그의 입장을 여러 차례 녹여 넣었다.
어쩌면 ‘현재 이호철’은 ‘과거 이호철’과 꼭 닮은꼴이다. 자신의 손사래에도 막후 실력자로 통하던 그때나,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고도 어느새 유력 시장 후보로 부상한 지금이나. 무엇보다 언론 접촉을 철저히 꺼리고 침묵할수록 오히려 시선을 끌어모으는 역설적 장면까지도. 이른바 ‘이호철 현상’의 재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그도 이젠 바뀔 것인가. 먼저 책임정치의 관점이다. 세상은 지난봄 대선 때 그의 역할을 익히 알고 있다. 부산지역 상당수 보수 인사들이 그의 설득과 당부로 당적을 옮겼다는 게 대표적 사례. 대선 직후 세간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 그의 처지와는 천양지차. 아마도 이런 부담 탓에 잠시 외유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는 꺾이지 않고 출마 압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만든 제1 조력자라면, 걸맞은 역할을 다하라는 요구이다. PK 지역의 보수 정치독점 구조 혁파도 그로선 외면하기 힘든 명분이다. PK 보수 절대 우위는 지난 대선 때 보수대표 후보의 첫 부산 2위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 그가 나서 여당 경선 흥행만 제대로 돼도 PK 승리 신화를 일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그가 공식 직함 없이 ‘자연인’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아무리 부인해도 세상은 그를 ‘비선 실세’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의 성정상 국정 농단이나 사적 이익을 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에게 줄을 대고픈 세속의 욕망은 은밀하게 계속될 것이다. 정권 차원에선 적잖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의 선택은 분명해야 한다. ‘불쏘시개’라도 자처하며 적극 나서든지, 아니면 누구처럼 ‘잊힐 권리’를 공개 선언하든지. “응답하라, 이호철.” 그것도 길게 늘어지면 신선함보다 신파조로 흐를 수 있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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