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부산에서는 부산지방변호사회와 일본 후쿠오카변호사회 간 정례교류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교류회에서는 양국의 청소년의 법교육 실태와 현황에 관한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향후 청소년 법교육 제도와 관련해 개선 방향과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있었다.

법은 사회질서 유지와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틀이다. 하지만 현재 정규교육 과정에서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법에 관한 교육은 그 깊이와 실질적 적용 면에서 부족함을 보인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추상적 이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학교 교육만으로는 법이 가지는 의미를 본인의 수준과 상황에서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은 법에 관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교육의 한계로 청소년 범죄의 예방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범법 행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다소 당황스러운 것은, 필자가 위와 같은 범죄로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게 되는 청소년을 만나 보면 대부분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만 있었을 뿐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행위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경우도 상당했다.

우리 교육 현실에 반해 외국에서는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법교육이 제공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청소년이 법을 학교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실생활 법률 교육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가상의 민사나 형사사례를 정해 ‘모의재판’을 해보는 것이 활성화 되어 있으며, 수업을 통해 법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령,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 사건이나 따돌림 문제를 교과 과정에 다루면서 법적 절차와 함께 피해자의 권리 보호, 가해자의 처벌,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실질적인 청소년 법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Street Law’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이버 범죄, 마약 문제, 교내 폭력 등을 직접 다루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법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미국 학생들은 법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실질적인 청소년 법교육의 유무, 혹은 교육의 차이는 우리 법교육이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청소년이 법의 보호를 받는 존재임을 느끼고 법적 의무와 책임 그리고 특정한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범법성이나 심각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처럼 실생활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이 단순한 교과목이 아닌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내외에서 청소년이 직접 겪을 수 있는 여러 범죄 유형을 정리하고, 각 유형 별로 사례를 들어 실제 상황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례 중심의 실질적인 법교육은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리 법적 책임과 처벌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줄어든다.

현재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그리고 사회단체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법률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학교교육의 주체가 아닌 이상 한계는 분명하다. 청소년 법교육은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추상적이고 이론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성인이 법적 책임과 권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전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길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