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세워지고 무너져 사라졌다. 가까이 중국의 만리장성부터 멀리 유럽엔 그리스 아테네의 도시와 바다를 연결하는 긴 성벽, 로마 점령지의 야만인을 막는 장벽이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 두려운 대상을 막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벽을 쌓았다. 기원전 214년 중국 진시황제는 그들이 일컫는 ‘야만족’을 막고자 만리장성 축조를 시작했다. 전하는 한 민요가 ‘장성은 통곡으로 지어졌다’고 노래한 것처럼 대부분 장벽은 백성의 고통을 불러왔다. 20세기에는 냉전의 상징으로 동독 주민의 탈주를 막으려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다가 비교적 짧은 28년 만에 무너졌다.
장벽은 문명과 야만을 구분 짓기도 하고 동서와 남북의 이념을 구분 짓기도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북미와 중동, 동남아시아,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주로 난민을 막으려는 장벽이 잇따라 국경에 세워졌다. 미국은 중남미 난민을 막으려 멕시코와 국경을 따라 콘크리트와 철제로 긴 장벽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대선 경쟁 때 이를 두고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 체포영장 발부 과정에서 서울 한남동 관저는 주변이 철조망과 차벽으로 된 장벽에 둘러싸이면서 요새처럼 변했다. 첫 영장 집행 때는 차벽과 인간벽으로 삼중의 저지선을 쳤는데 2차 집행을 앞두고는 저지선이 더욱 강화됐다. 집행과 저지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 상황을 전하는 표현들만 본다면 전쟁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대통령 경호처가 수성 태세를 갖추자 경찰은 특공대 투입까지 고려하며 공성을 준비한다. 여기에 더해 전술, 헬기와 사다리를 통한 침투, 특공대, 체포 작전 같은 단어가 난무한다. 급기야는 양측 모두 개인화기와 장갑차 등 장비를 보유한 점을 들어 시가전이나 다름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예상하기도 한다.기껏해야 수십 m 길이 용산의 장벽과 수백 ㎞에 달하는 국경 장벽은 크기를 비교할 바 아니지만 본질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일찍부터 도시와 집단농장을 울타리로 둘렀다. 21세기에 들어서는 팔레스타인 봉기에 맞서 다시 새로운 장벽을 건설했다. 이스라엘은 장벽을 세워 주변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데서 더 멀리 나아가 스스로를 봉쇄하고 격리해 버렸다. 이를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우리’라고 불렀다. 용산의 장벽은 무엇을 막고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한 우리처럼 보인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 체포영장 발부 과정에서 서울 한남동 관저는 주변이 철조망과 차벽으로 된 장벽에 둘러싸이면서 요새처럼 변했다. 첫 영장 집행 때는 차벽과 인간벽으로 삼중의 저지선을 쳤는데 2차 집행을 앞두고는 저지선이 더욱 강화됐다. 집행과 저지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 상황을 전하는 표현들만 본다면 전쟁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대통령 경호처가 수성 태세를 갖추자 경찰은 특공대 투입까지 고려하며 공성을 준비한다. 여기에 더해 전술, 헬기와 사다리를 통한 침투, 특공대, 체포 작전 같은 단어가 난무한다. 급기야는 양측 모두 개인화기와 장갑차 등 장비를 보유한 점을 들어 시가전이나 다름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예상하기도 한다.기껏해야 수십 m 길이 용산의 장벽과 수백 ㎞에 달하는 국경 장벽은 크기를 비교할 바 아니지만 본질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일찍부터 도시와 집단농장을 울타리로 둘렀다. 21세기에 들어서는 팔레스타인 봉기에 맞서 다시 새로운 장벽을 건설했다. 이스라엘은 장벽을 세워 주변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데서 더 멀리 나아가 스스로를 봉쇄하고 격리해 버렸다. 이를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우리’라고 불렀다. 용산의 장벽은 무엇을 막고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한 우리처럼 보인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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