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해 집단난동을 부리는 등 불법행위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56명이 22일 경찰에 구속됐다. 헌정 질서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법원 유린 사태를 벌인 이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당연한 조치다. 이에 따라 19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현재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된 총 63명 중 58명이 구속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지난 19일 오후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일선 법원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국 법관들은 어떤 위협에도 흔들림없이 공정한 재판을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사법부의 기능과 법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입장을 낸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19일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유리창과 외벽을 부수고 법원 청사로 들어가 폭력을 휘둘렀다. 20, 30대 젊은층이 상당수 포함된 폭력 시위대는 “법원을 응징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몇몇은 “영장 판사를 찾아내자”며 판사실이 있는 7층까지 올라가 수색했다고 한다. 일부 극우 유튜버가 불법행위를 선동하고 조장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경찰은 이번 사태에 가담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유튜브 시청 기록 등을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법원을 습격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실시간 중계한 유튜버 3명이 경찰에 잡혔다. 극우·보수성향 유튜버 6개 채널이 계엄 선포 이후 한달 새 평균 2.1배 수익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 더 많은 후원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선동에 나서는 이유다. 유튜버들이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계엄사태 이후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며 지지자 선동 메시지를 쏟아낸 윤 대통령 책임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도 다를 바 없다. 여당 정치인들은 법원 담장을 넘은 시위대에게 “곧 훈방될 것”이라고 두둔하고 폭력 시위대를 아스팔트 십자군이라며 옹호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폭도라고 낙인찍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태 책임을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돌렸다. 시위대를 감싸는 태도를 보면 국민의힘이 공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법관 폭력행사나 시도는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다. 법원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판결에 승복하는 것이 사회적 의무다. 극우 유튜버와 추종자들을 엄중히 단죄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 심리,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 경찰과 검찰은 폭력사태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또한 배후 관련자까지 찾아내 엄벌에 처해야 이런 난동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