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국제신문 살리기 서명운동

[데스크시각] 조선 패권 유지하려면 외국 노동자 의존 줄여야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2025.02.05 18:3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엑스
미국 대선이 끝난 지난해 말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양국간 조선산업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당선시 미국에 대한 주요 수출국가들을 상대로 폭압적 관세 인상 등 다양한 무역제재를 가할 것임을 공언했다. 그랬던 그가 당선되자마자 한국에 조선 분야만 콕 집어 에두르지 않고 구애를 한 속내는 무엇일까.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 지위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선 강력한 해군력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 미국 조선업 비중은 글로벌 기준 0.1%에 불과하다. 5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불가다. 일반 상선은 물론 군함 건조나 수리조차 제때 못한다. 세종대왕함급 구축함 한 척 건조하는 기간이 한국보다 2배는 더 길고, 비용은 3~4배나 더 든다.

미국 조선업 붕괴는 1920년 제정된 ‘존스’ 법이 남긴 후과다. 이 법은 자국 조선업 보호를 위해 국내 건조 선박에 한해서만 연안 운송을 허가했다. 이 법으로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된 미국 조선사들은 기술 경쟁이나 생산시설 확충은 외면했다. 그 결과 미국 조선업은 세계시장에서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했고, 조선사 파산으로 이어졌다. 2차 대전 4년 동안 군함만 5000여 척을 찍어내듯 한 미친 공급력은 전설이 됐다. 이대로라면 태평양 제해권을 중국에 내어줄 수밖에 없고, 글로벌 패권 국가 지위마저 중국에 내놓을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가 한국 최대 핵심산업인 반도체 보다 먼저 조선업에 러브 콜을 보낸 이유다.

한국 조선업은 수주 1위를 중국에 내 준지 오래다.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박이 독보적 1위를 유지하는 바람에 25%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데 이마저 중국은 갈수록 기술 격차를 줄이고 저가 공세로 마켓 셰어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선박 건조에 가장 필수적인 용접이나 도장 전기 배관 등 업무는 점차 외국인 근로자의 일거리가 되고 있다. 울산만 해도 HD현대중공업 5000여 명, H현대미포 20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한다. 두 회사 정규직 인원의 3분의 1과 절반 수준이다. 한국 조선업 미래가 녹록치 않은 이유다. 선박 건조 기초를 이들에게만 맡기면 한국 조선업도 30~40년 전 유럽이나 오늘날 미국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직은 양국 조선 기술력 격차는 설계 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용접이나 도장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중국 선박이 운항 중 두 동강 나거나 폭발 사고가 잦은 것이 그 예다. 선박은 수십 수백 개의 후판이 용접돼 완성체가 된다. 후판과 블록들을 원자재보다 더 강한 접착력을 갖도록 용접해야 선박은 수명 그 이상을 할 수 있다. 우수한 도장기술은 선체의 부식을 막아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고도의 제작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임시방편으로 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같은 높은 숙련도를 쌓을 수 있을까. 3~5년이 되면 비자 만료로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

반면 자국민만으로 배를 만드는 중국은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날이 갈수록 돌처럼 딴딴해질 것이다. 머잖아 양국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역전될 수 있다. 이제라도 조선업 생산인력 조달 방향을 바꿔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수입 이라는 단기처방이 아니라 마이스터고를 포함한 특성화고 등에서 체계적으로 인력을 조달해야 한다. 나아가 항공우주과학고와 같은 사관형 특성화고 설립도 대안이다. ‘한국조선산업의 메카’라는 울산 조차 5개 공업계 특성화고 가운데 조선 관련 전문 학과를 둔 곳은 없다. 그저 간단한 용접기술을 가르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조선업을 단순히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해상 패권을 장악 유지할 수 있는 과거도, 현재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국가 핵심산업이다. 국가 차원의 파격적 전략적 지원과 교육당국과 지자체, 기업간의 3자 연대를 통한 체계적인 생산인력 육성이 절실하다. 그래야 유럽과 미국 조선업처럼 되지 않는다.

방종근 편집국 부국장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엑스
국제신문 뉴스레터

[많이 본 뉴스]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