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교육감 선거의 정치화를 거부한다
망국적 선행학습 광풍, 부산 인재 유출도 심각후보들 헌법정신 준수…지역 살릴 정책 실시를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에서 유학한 지인의 이야기다. 유학 시절 초등학교 아들에게 구구단을 학습시키고 학교에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식 선행학습을 시킨 것이다. 독일 애들 앞에서 멋지게 구구단을 외우는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선생님에게 호출되어 호되게 꾸중 듣고 다시는 선행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용서받았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독일의 교육 현실을 몰랐던 탓이었다. 물론 독일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일부 학부모에 의한 선행도 개인 과외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선행에 목을 매거나, 사교육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현재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하고, 대치동 부모를 풍자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잘 말해주는 현상들이다. 사교육 시장의 족쇄에 묶인 학부모들은 좋은 학원, 좋은 선생을 찾아 밤낮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어느 방송에서, 자신의 학창 시절은 매일매일 축제와 같았다고 한다. 무한 경쟁 사회에 내몰린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 말에, 부러움을 가지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을 가진 우리에겐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선행이 없고 축제 같은 학교생활이지만 독일은 교육 강국이다. 독일은 현재 총 1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많은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는 학문 선진국이다. 선행학습 대신 창의력을 교육하고, 암기 대신 비판적 사고를 중시한다. 경쟁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공동체 의식과 공화(共和) 정신을 교육하고,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되도록 유도한다.
4월 2일 교육감 선거는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을 금지한다. 이는 정권 창출이 목적인 정당의 개입으로 인한 교육감 선거의 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정 정당을 표방하고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듯한 표현이나 정책은 그 자체로 교육의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 정신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후보자들은 저마다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구호를 외친다. 정책 대신 진영에 호소하고 타 후보의 성향을 질타한다. 그들은 지금 교육감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선거공보를 통해 그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후보들 간에 큰 차이는 없다. 눈에 띄는 공약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통분모를 가진 공약들이다. AI 교육을 말하지만, 그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어떻게 지역과 국가에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장기계획은 없다. 입시 대책을 논하지만, 명문대 입시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급변하는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로 육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부산은 지역발전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동서 간의 교육 편차나 공교육 부실은 오랜 얘기이다. 최근 우수 청년층의 유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감은 청년들의 부산 유출을 막을 방안에 대해서도 부산시와 함께 숙의해야 한다. 지역거점 대학의 육성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과 같은 고등교육정책과 연계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민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방안은 무엇이며, ‘서울 중심’의 교육 현실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부산이 살아남기 위한 인재 육성 방안은 무엇인지를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이 정치화되어 간다면,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갈 길을 잃게 된다. 교육이 길을 잃으면 부산도, 대한민국도 길을 잃게 된다.
국가 발전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교육의 기본을 다지는 것이 초중등교육이고, 그 교육의 틀을 만드는 이가 교육감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제31조 제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보장한다고 한 것이다. 교육의 정치화를 금지한 헌법 정신을 후보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따라서 4월 2일은 정치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교육 정책의 총괄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차제에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와 운동원의 복장에 대한 규제도 필요해 보인다.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을 금지하고, 화합과 희망을 상징하는 색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사전 투표소가 부산에만 있어, 현재 부산에 없는 유권자들은 선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투표용지에 후보자 순서를 순환 배치함으로써 소위 로또 당첨을 방지한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교육의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 정신을 살릴 교육감 선거제도의 개선에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현재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하고, 대치동 부모를 풍자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잘 말해주는 현상들이다. 사교육 시장의 족쇄에 묶인 학부모들은 좋은 학원, 좋은 선생을 찾아 밤낮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어느 방송에서, 자신의 학창 시절은 매일매일 축제와 같았다고 한다. 무한 경쟁 사회에 내몰린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 말에, 부러움을 가지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을 가진 우리에겐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선행이 없고 축제 같은 학교생활이지만 독일은 교육 강국이다. 독일은 현재 총 1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많은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는 학문 선진국이다. 선행학습 대신 창의력을 교육하고, 암기 대신 비판적 사고를 중시한다. 경쟁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공동체 의식과 공화(共和) 정신을 교육하고,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되도록 유도한다.
4월 2일 교육감 선거는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을 금지한다. 이는 정권 창출이 목적인 정당의 개입으로 인한 교육감 선거의 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정 정당을 표방하고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듯한 표현이나 정책은 그 자체로 교육의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 정신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후보자들은 저마다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구호를 외친다. 정책 대신 진영에 호소하고 타 후보의 성향을 질타한다. 그들은 지금 교육감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선거공보를 통해 그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후보들 간에 큰 차이는 없다. 눈에 띄는 공약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통분모를 가진 공약들이다. AI 교육을 말하지만, 그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어떻게 지역과 국가에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장기계획은 없다. 입시 대책을 논하지만, 명문대 입시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급변하는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로 육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부산은 지역발전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동서 간의 교육 편차나 공교육 부실은 오랜 얘기이다. 최근 우수 청년층의 유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감은 청년들의 부산 유출을 막을 방안에 대해서도 부산시와 함께 숙의해야 한다. 지역거점 대학의 육성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과 같은 고등교육정책과 연계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민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방안은 무엇이며, ‘서울 중심’의 교육 현실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부산이 살아남기 위한 인재 육성 방안은 무엇인지를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이 정치화되어 간다면,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갈 길을 잃게 된다. 교육이 길을 잃으면 부산도, 대한민국도 길을 잃게 된다.
국가 발전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교육의 기본을 다지는 것이 초중등교육이고, 그 교육의 틀을 만드는 이가 교육감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제31조 제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보장한다고 한 것이다. 교육의 정치화를 금지한 헌법 정신을 후보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따라서 4월 2일은 정치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교육 정책의 총괄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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