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 채널 ‘코트(court) TV’는 1991년 개국 후 몇년간 수익이 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다 ‘O J 심슨 사건’이 터졌다. 전설적인 미식축구 선수였던 심슨이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994년 6월 체포부터 1995년 10월 무죄 선고까지 재판 거의 전 과정이 미국 전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 됐다. 코트 TV 시청률은 한때 CNN을 능가할 정도였다. 미국 호주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법정을 대중에 공개하는데 비교적 관대하다. 그러나 독일이나 일본 같은 대륙법 계열 국가는 좀 다르다. 비슷한 시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옴진리교 사건’ 때 일본 법원은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재판 생중계의 이점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일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원고와 피고 측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판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사람들은 궁금하다. 그러나 재판 과정이 너무 시시콜콜 알려지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흔들리거나, 아무리 범죄 혐의자라도 인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재판 자체가 여론 영향 아래 놓일 우려도 무시 못한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 이래 다섯번, 그것도 변론이 아닌 선고에 한해 생중계를 허용했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BBK 특검법 권한쟁의, 통합진보당 해산 등이다.
유난히 길었던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탄핵 소추로부터 111일,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38일 만이다. 헌재는 지난 1일 선고일을 지정하면서 선고 재판의 방송사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국민적 관심을 고려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방청 신청은 하루 만에 6만 명을 넘어섰다.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에는 헌재의 생중계 가능성이 선고일 발표 열흘 전부터 조금씩 흘러 나왔다. 대통령 직위가 걸린 중대 사안이기에 헌재로선 여론 동향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좌고우면 없이 선고일 지정과 동시에 발표했다. 헌재는 그동안 초시계 심문, 당사자 동의 없는 검찰 조서 증거 채택, 내란죄 제외 등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논쟁거리를 만든 게 사실이다.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방침은 그저 전례를 따르겠다는 의미일 수도, 그간의 논란을 불식할 만큼 결론에 자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재판관 각자 의견을 가감없이 노출해 역사와 국민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정면승부 의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내일이면 알게 된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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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었던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탄핵 소추로부터 111일,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38일 만이다. 헌재는 지난 1일 선고일을 지정하면서 선고 재판의 방송사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국민적 관심을 고려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방청 신청은 하루 만에 6만 명을 넘어섰다.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에는 헌재의 생중계 가능성이 선고일 발표 열흘 전부터 조금씩 흘러 나왔다. 대통령 직위가 걸린 중대 사안이기에 헌재로선 여론 동향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좌고우면 없이 선고일 지정과 동시에 발표했다. 헌재는 그동안 초시계 심문, 당사자 동의 없는 검찰 조서 증거 채택, 내란죄 제외 등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논쟁거리를 만든 게 사실이다.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방침은 그저 전례를 따르겠다는 의미일 수도, 그간의 논란을 불식할 만큼 결론에 자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재판관 각자 의견을 가감없이 노출해 역사와 국민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정면승부 의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내일이면 알게 된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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