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물류시장 내 동유럽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폴란드 그단스크항과 크로아티아 리예카항, 루마니아 콘스탄차항 등 동유럽 항만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유럽 3대 무역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 벨기에 앤트워프항의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과거 대비 항만 물동량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톤(Ton) 기준으로 연평균 항만 물동량 성장률을 살펴보면 로테르담항과 함부르크항이 각각 -1.88%과 -3.27%를 기록한 반면, 그단스크항은 13.46%, 콘스탄차항은 11.20%, 리예카항은 10.59%에 달했다.

서유럽 항만들은 오랜 기간 유럽의 핵심 물류거점으로 수출입 기능을 담당했으나, 항만 내 파업의 지속 발생으로 물류 활동 중단과 병목현상 등 물류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2021년 이후 물동량 감소세가 뚜렷하다. 특히 최근 프랑스 주요 항만인 르아브르, 마르세유 포스 등은 연금 개혁을 반대하며 도로 접근을 차단하고 항만하역 작업을 중단하면서 터미널 내 대기시간이 증가하고 하역 시간 연장 등 항만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서유럽에 비해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노동력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동유럽에 주목해 왔다. 동유럽의 주요 항만들은 자국 수입 물동량 비중이 매우 작은 수준으로 배후 핵심 제조시장의 수입 물동량을 위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그단스크항은 유럽의 전통적인 생산 거점이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로 아시아와 연결되는 교통 요충지인 폴란드의 관문항이며, 리예카항과 콘스탄차항은 서유럽 대비 짧은 해상 리드타임으로 10일 정도 운송 시간 단축이 가능해 이들 동유럽 항만들의 경쟁력 및 활용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배후지역 및 주변 국가 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부품 및 원자재 수급 등 수출입 물류거점으로 활용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헝가리는 내륙국가로, 항만이 없어 철송 트러킹 등 내륙 운송의 의존도가 높은데 관련 원자재 부품 수입은 리예카항 및 코퍼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동유럽권 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 349개사 중 제조업이 약 60%인 206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 항만은 우리 기업들의 중간 경유지로도 많이 활용된다. 동유럽 항만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측면에서도 계속 주목을 받는다. 우크라이나행 물동량 운송 가능 루트는 그단스크항에서 리비우나 키이우, 콘스탄차항에서 오데사나 키이우, 이스탄불에서 오데사로 가는 대략 3가지가 있지만, 국경 인접과 리드타임 단축 등으로 그단스크항을 통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통과하는 방안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단스크항을 중심으로 물동량 수요가 증가, 항만 야드 공간 부족 등 적체 현상이 발생하면서 화물 반출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긴급 복구 중심으로 재건 사업 및 관련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 또한 건설사 및 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현지 진출 및 사업 발굴을 추진 중이다. 동유럽 쪽의 물량이 늘면서 주요 해운·물류기업들의 동유럽 항만 개발과 운영 참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항만 운영사인 싱가포르 PSA와 두바이 DP월드는 각각 그단스크항과 콘스탄차항의 일부 터미널 운영권을 이미 수 년 전에 인수했으며, 세계 2위 해운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리예카항에서 향후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까지 처리 가능한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을 시작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전략적 관점에서 주요 기업들은 동유럽 항만에 대한 선도적인 투자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유럽 주요 항만들은 확대된 인프라와 효율적인 물류 관리로 배후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기존 유럽 대표 항만들을 추격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서 위상을 계속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