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호칭 혼돈의 시대 ‘정명(正名)’이 필요하다
김동헌 온병원 병원장·부산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필자는 1977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48년째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의료제도와 의술의 변화를 실감했지만,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호칭이나 환자 등의 의료인에 대한 호칭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호칭이 많이 변화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병원 내에서 ‘환자’ 대신 ‘고객’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 환자님’이 아니고 ‘○○○ 님’으로 부르는 것이 호칭의 대세가 되어 있다. 의사에 대한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선생님 박사님 교수님 원장님 등이 사용되고 있는데, 어떤 호칭이든 상황에 맞게 쓰면 될 듯하다.
20여 년 전 일화다. 당시 50대 중반인 내 친구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진료실에서 소아 환자가 뛰어다니면서 시끄럽게 하자, 아이 어머니가 ‘조용히 해라, 할아버지 야단치신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하고 ‘노숙한 교수님’이니까 언뜻 생각나는 호칭이 없어서 그렇게 불렀으리라 짐작된다. 한 의사는 환자에게서 “아저씨, 이것 좀 봐 주세요”라는 말을 들어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필자가 교수 재직 때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으니 “김동헌 선배님 되십니까? 저는 의과대학 ○○○서클의 ○○기 김○○입니다”는 말과 함께 행사 참석 요청을 했다. 전화한 사람이 졸업생인지 학생인지 몰라 “의과대 학생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때, 참 호칭이 헷갈리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고, 업체 대표에게 사장이라는 호칭이 낮게 보여서 회장이라 하고, 급기야 학생은 자기 대학 교수에게도 선배님이라 하는가 싶어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다. ‘아버지도 학교 선배가 되면, 선배님이라고 부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시대다.이처럼 세계적으로 효용성이 크고 과학적인 우리말이 뒤죽박죽이 된 예는 학생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막나귀(막상 나가려니 귀찮다), 일세스코(일 안하는 것을 넘어서 주변의 일벌레까지 능률을 낮추는 것), 섹시푸드(매우 맛있는 음식), 구주족(구매하고 또 구매하는 쇼핑 중독 집단) 등 많은 은어가 판치고 있다. 이름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의료정책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공의료’는 그 정의를 보면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는 ‘건강보험의료’이다. 왜냐하면 건강보험이 건강보험료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재정’이기 때문이다. 이 공공의료 범위 내에 ‘공공병원의료’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공공병원을 통한 의료를 의미하고, 광의의 공공의료 속의 한 부분에 해당된다.
그리고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의료를 건강보험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의료가 바로 ‘필수의료’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요즘 문제가 되는 일부 진료 영역은 ‘필수의료’가 아닌, ‘취약의료’라고 불러야 하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공의료=건강보험의료=필수의료’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 서로 다른 우리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취약의료, 공공병원의료에 대한 대책은 따로 논의되어야 마땅하고, 이들의 이름이 바로 되어야 정책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본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는 스승에게 “선생님께서 정치를 하시게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물었다.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을 것이다(正名)”고 대답했다. 공자의 ‘정명 사상’은 유교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사회질서를 유지시키고, 도덕적 삶을 실현하게 하는 중요한 원리 중 하나다. 여기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직책 신분 관계 등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의미한다. 즉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고, 선생님은 선생님답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명칭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이에 따른 직책과 역할에 맞는 책임을 다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사회적 명칭이나 직위가 실질적 능력과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 모든 것이 정명(正名)을 통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가장 큰 변화는 병원 내에서 ‘환자’ 대신 ‘고객’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 환자님’이 아니고 ‘○○○ 님’으로 부르는 것이 호칭의 대세가 되어 있다. 의사에 대한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선생님 박사님 교수님 원장님 등이 사용되고 있는데, 어떤 호칭이든 상황에 맞게 쓰면 될 듯하다.
20여 년 전 일화다. 당시 50대 중반인 내 친구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진료실에서 소아 환자가 뛰어다니면서 시끄럽게 하자, 아이 어머니가 ‘조용히 해라, 할아버지 야단치신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하고 ‘노숙한 교수님’이니까 언뜻 생각나는 호칭이 없어서 그렇게 불렀으리라 짐작된다. 한 의사는 환자에게서 “아저씨, 이것 좀 봐 주세요”라는 말을 들어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필자가 교수 재직 때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으니 “김동헌 선배님 되십니까? 저는 의과대학 ○○○서클의 ○○기 김○○입니다”는 말과 함께 행사 참석 요청을 했다. 전화한 사람이 졸업생인지 학생인지 몰라 “의과대 학생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때, 참 호칭이 헷갈리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고, 업체 대표에게 사장이라는 호칭이 낮게 보여서 회장이라 하고, 급기야 학생은 자기 대학 교수에게도 선배님이라 하는가 싶어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다. ‘아버지도 학교 선배가 되면, 선배님이라고 부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시대다.이처럼 세계적으로 효용성이 크고 과학적인 우리말이 뒤죽박죽이 된 예는 학생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막나귀(막상 나가려니 귀찮다), 일세스코(일 안하는 것을 넘어서 주변의 일벌레까지 능률을 낮추는 것), 섹시푸드(매우 맛있는 음식), 구주족(구매하고 또 구매하는 쇼핑 중독 집단) 등 많은 은어가 판치고 있다. 이름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의료정책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공공의료’는 그 정의를 보면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는 ‘건강보험의료’이다. 왜냐하면 건강보험이 건강보험료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재정’이기 때문이다. 이 공공의료 범위 내에 ‘공공병원의료’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공공병원을 통한 의료를 의미하고, 광의의 공공의료 속의 한 부분에 해당된다.
그리고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의료를 건강보험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의료가 바로 ‘필수의료’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요즘 문제가 되는 일부 진료 영역은 ‘필수의료’가 아닌, ‘취약의료’라고 불러야 하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공의료=건강보험의료=필수의료’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 서로 다른 우리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취약의료, 공공병원의료에 대한 대책은 따로 논의되어야 마땅하고, 이들의 이름이 바로 되어야 정책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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