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에는 예과 2년 동안 교양과 제2외국어, 동물을 이용한 비교해부학 등을 공부했다. 본과 과정의 1, 2학년 때는 기초의학, 즉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병리학 등을 배웠다. 2학년 2학기에서 3학년까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등 임상의학을 접했다.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까지는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치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의과대학은 학년 단위로 교육하므로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그 학년 전체가 통째 유급 처리되는 등 교육과정이 매우 혹독했다.
예과에서 본과로 올라가면 해부학을 먼저 배우는데, 담당 교수는 ‘군기’를 확실하게 잡는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불 펴고 잠 잘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겁을 주고는, 인체의 뼈를 다루는 골학 근육 내장기관 뇌 척추 등 신경계통 등의 이름과 기능을 일일이 외우게 하면서 엄청난 양의 공부를 재촉했다. 그 당시 J 교수는 방과 후 남포동이나 광복동에서 마주치며 인사하는 학생의 학번과 이름을 적어놓았다가 사정없이(?) 낙제를 시키는 등 악명을 떨쳤다. 의대생이 번화가를 배회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게 그분의 지론이었다. 그 후 학생들은 남포동 광복동에서 그 교수를 보면 그냥 도망쳤다고 한다.
나는 의대 다니는 동안 무급 조교로 동물실험에 참여, 토끼를 대상으로 수술하거나 수술 후 여러 결과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지만 잡일 또한 적지 않았다. 동물 먹이용으로 재래시장에서 경매하고 남은 채소를 리어카에 싣고 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물수술에 참여한 경험은 외과의사 생활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의대교수가 된 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적이 있다. 그곳 지도교수도 쥐 실험을 하고 있었다. 쥐에서 간 췌장 신장 고환 등 장기 이식을 하는 실험이었다. 흥미로운 일은 미국 교수는 실험하기 전 제자들에게 쥐를 키우는 것부터 배우라고 조언했다. 손에 스킨 화장품을 묻히고 쥐에게 먹이를 주면 그 쥐가 같은 화장품을 묻힌 손이 다가가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동물실험을 할 수 있었고, 실험결과도 정확했다. 연구실 학생 몇 명은 비록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이식수술까지도 했다. 미국 교수는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이 학생들은 쥐에서 해부학과 수술 테크닉을 먼저 배우고, 의대에 진학하면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거나, 다른 과를 선택하더라도 뛰어난 인재로 자랄 것이다’고 귀띔했다. 전공의 교육 또한 혹독한 교육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턴 1년 과정은 ‘3신’이라고 칭했다. ‘일하는데 병신, 밥 먹는데 걸신, 눈치 보는데 귀신’이라는 뜻이다. X-레이 필름을 탐정처럼 잘 찾아오고, 심부름을 잘하면 우수한(?) 인턴으로 인정받던 시절이다. 지금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 전 과정은 4년이었다. 이 시절에는 교수님으로부터 “욕 듣지 않으면 칭찬으로 알라”는 금언(?)과 함께 혹독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4년을 마치고 전문의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의학교육은 철저히 도제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론으로 공부한 것을 환자를 통해 연습하기 힘드니 선배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선배의 감독 하에 시술이나 수술을 연마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들어 인형을 이용한 해부학적 이해와 동영상을 통한 수술기법의 연습, 인형을 이용한 수술 등 의료교육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투자와 많은 비용, 그리고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세상에는 없는 게 3가지 있다고 한다. 공짜가 없고, 비밀이 없고,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의학교육에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 이처럼 의사 한 사람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비용·자원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의사는 국가의 훌륭한 자산으로 인식돼야 한다. 이에 정부당국은 즉흥적이거나 단편적으로 의학교육 정책을 제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의사들은 사회로부터 제공받은 여러 도움과 지원 등에 대해 늘 사회에 환원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현재 ‘K-의료’라며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우리의 의료수준은 이렇게 길고 지난한 의학교육의 산물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예과에서 본과로 올라가면 해부학을 먼저 배우는데, 담당 교수는 ‘군기’를 확실하게 잡는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불 펴고 잠 잘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겁을 주고는, 인체의 뼈를 다루는 골학 근육 내장기관 뇌 척추 등 신경계통 등의 이름과 기능을 일일이 외우게 하면서 엄청난 양의 공부를 재촉했다. 그 당시 J 교수는 방과 후 남포동이나 광복동에서 마주치며 인사하는 학생의 학번과 이름을 적어놓았다가 사정없이(?) 낙제를 시키는 등 악명을 떨쳤다. 의대생이 번화가를 배회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게 그분의 지론이었다. 그 후 학생들은 남포동 광복동에서 그 교수를 보면 그냥 도망쳤다고 한다.
나는 의대 다니는 동안 무급 조교로 동물실험에 참여, 토끼를 대상으로 수술하거나 수술 후 여러 결과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지만 잡일 또한 적지 않았다. 동물 먹이용으로 재래시장에서 경매하고 남은 채소를 리어카에 싣고 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물수술에 참여한 경험은 외과의사 생활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의대교수가 된 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적이 있다. 그곳 지도교수도 쥐 실험을 하고 있었다. 쥐에서 간 췌장 신장 고환 등 장기 이식을 하는 실험이었다. 흥미로운 일은 미국 교수는 실험하기 전 제자들에게 쥐를 키우는 것부터 배우라고 조언했다. 손에 스킨 화장품을 묻히고 쥐에게 먹이를 주면 그 쥐가 같은 화장품을 묻힌 손이 다가가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동물실험을 할 수 있었고, 실험결과도 정확했다. 연구실 학생 몇 명은 비록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이식수술까지도 했다. 미국 교수는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이 학생들은 쥐에서 해부학과 수술 테크닉을 먼저 배우고, 의대에 진학하면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거나, 다른 과를 선택하더라도 뛰어난 인재로 자랄 것이다’고 귀띔했다. 전공의 교육 또한 혹독한 교육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턴 1년 과정은 ‘3신’이라고 칭했다. ‘일하는데 병신, 밥 먹는데 걸신, 눈치 보는데 귀신’이라는 뜻이다. X-레이 필름을 탐정처럼 잘 찾아오고, 심부름을 잘하면 우수한(?) 인턴으로 인정받던 시절이다. 지금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 전 과정은 4년이었다. 이 시절에는 교수님으로부터 “욕 듣지 않으면 칭찬으로 알라”는 금언(?)과 함께 혹독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4년을 마치고 전문의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의학교육은 철저히 도제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론으로 공부한 것을 환자를 통해 연습하기 힘드니 선배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선배의 감독 하에 시술이나 수술을 연마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들어 인형을 이용한 해부학적 이해와 동영상을 통한 수술기법의 연습, 인형을 이용한 수술 등 의료교육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투자와 많은 비용, 그리고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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