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간 활동한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를 구상했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 예산 삭감 등과는 무관하게 계엄을 준비해 왔다는 취지다. 계엄 선포 목적이 ‘권력의 독점과 유지’라는 것은 계엄 직후 군을 동원해 정치인을 체포하고 비상입법기구로 입법권을 독점하려고 한 것 등이 근거가 됐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구상 시점을 집권 초기로 특정한 점은 충격적이다. 취임 직후부터 계엄 선포를 뜻하는 ‘비상 대권’을 염두에 두고 주변 인사들에게 관련 발언을 반복했고 2023년부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자리에서 “나에게 비상 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2022년 7, 8월 경 윤 전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계엄 선포를 계획하고 있다는 발언을 들은 사정기관 고위직 출신 진술도 확보됐다. 이는 계엄이 윤 전 대통령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라 집권 첫해부터 여당 지도부, 참모 앞에서 거리낌 없이 수차례 반복해 드러낸 구상이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참모들이 ‘비상 대권’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며 대통령을 설득했더라면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제거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대목은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결행하기 적합한 인물을 핵심 보직으로 전진 배치했다.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을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으로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를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호도하고 이를 국회 기능 정지 명분으로 삼으려 한 점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범죄 행위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켜 계엄 요건을 만들려 했다고 적시했다. 북한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한반도 위기 상황을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특검 수사 결과는 향후 이어지는 재판에서 ‘내란·국헌문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되는 등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상원 수첩의 진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연루 의혹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수사 결과가 내란 사태 전모를 밝혔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결국 특검 성과에 대한 평가는 법원 판단에 달렸다. 내란 재판은 특검 수사가 제시한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 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