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23일 임시청사 본관인 부산 동구 IM빌딩에서 개청식을 갖고 ‘부산시대’를 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북극항로 개척’ 어젠다를 제시하며 해수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는 단순한 중앙부처 이동이 아니라 국가 해양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다. 대한민국 최대 항만도시이자 해양산업 중심지인 부산이 남부 해양수도권은 물론 글로벌 해양수도로 성장할 초석이 놓여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개청식을 하루 앞둔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청사 본관과 별관. 김동하 선임기자

해수부 이전은 정책 중심을 수도권과 세종이 아닌 해양·수산 현장이 있는 부산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다. 항만·물류·수산 등 해양정책은 현장성과 속도가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도권과 세종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져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해수부 이전으로 부산항만공사, 해양 관련 연구기관, 물류기업 등과 협업이 강화돼 정책 결정과 집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해양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해양주권 강화와 국가 자원 보전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해수부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해양 영토 관리, 수산자원 보호, 해상 물류 시스템 관리 등 주요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경제와 산업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은 물론 관련 민간기업의 부산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국내 7위와 10위 해운기업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부산 이전을 결정했다. HMM을 비롯한 다양한 해운·수산 기업이 이런 흐름에 동조한다면 부산의 해양산업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다. 공공기관과 기업 이전으로 해양정책, 해양기술 분야 전문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청년층의 부산 정착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예상된다. 수도권 쏠림이 완화되고 국토 균형발전이 달성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해수부 이전으로 본격화할 북극항로 개척에도 주목해야 하겠다. 수송거리, 운항일수가 단축되는 북극항로가 보편화되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상당수 물동량이 부산으로 몰려들 것이다. 북극항로 선점 효과는 항로 단축뿐만 아니라 조선 금융 자원 등 연관 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해수부 이전 시너지를 높이고,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려면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다. 우선 해수부가 부산에 제대로 안착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통·주거·교육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인력 유출과 행정 비효율을 없애는 것은 기본이다. 부산이 울산 경남 전남 등 남부 해양권과의 기능 분담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남부 해양수도권이라는 공간적 비전을 실체화할 필요도 있다. 또한 정부는 해수부 기능 강화와 관련 공공기관 이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확실히 지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