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 모두 주체가 되는 법인
- 매축지 마을재생 환경 조성
- 시민안전망·문화센터 역할
- 공동체 소속감·연대감 고취
- 최근 기찻길 마을에서 활동
- 제2 도약 준비 착착 진행

“처음 ‘마실’ 문을 닫게 됐을 때 아쉬워하는 마을 주민이 아주 많았습니다. 떠나지 말라고 눈물을 흘리는 주민까지 있었어요.”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팀장은 “마실을 운영하는 활동가에 대한 지지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시민이 운영하는 복지법인 우리마을의 김일범(31) 팀장에게 올해는 시련의 해다. 우리마을을 설립한 지 3년 6개월, 그사이 가장 열심히 활동했던 부산 동구 매축지 마을의 마을관리사무소 마실이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마을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공공성을 높인 시민 참여형 복지법인이다. 몇몇 거대 자본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법인과 달리 회원 한 명 한 명의 회비로 운영된다. 회원들이 주체가 돼 누구나 이사나 대표이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다. 그런 우리마을이 주력한 활동은 매축지 마을에 들어가 마을을 관리하는 마실을 만들고 운영한 것이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2년 이상 매축지 마을 주민과 어울렸다. 우리마을이 들어와 활동하면서 매축지 마을은 민간이 주도하는 국내 첫 도시재생사업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실은 매축지 마을에서 건강·복지·문화센터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주민을 상대로 재무상담도 하고 홀몸어르신도 돌봤다.

주민과 어울리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초기에는 마스크팩을 들고 가 마을 할머니들과 누워서 팩도 함께 했다. 주민의 요청으로 수도꼭지를 고치다가 인근을 물바다로 만든 적도 있다. 마을을 걷다 보면 밥을 먹고 가라는 주민도 부지기수다.

외부 출입을 아예 하지 않는 주민 집에도 일일이 찾아갔다. 김 팀장은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면서도 활동가들에게 집을 떠나지 말라고 울며 붙잡는다. 이런 이웃들은 단지 이야기를 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이런 마실이 지난 5월 31일 폐쇄됐다. 건물주가 건물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며 비워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체 건물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우리마을은 매축지 마을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마을은 이제 부산진구 개금3동 기찻길 마을로 다시 넘어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팀장은 “마실은 외로운 주민의 연결체계가 되기도 했다. 삼겹살 파티, 웃음 치료 등 마실에서 운영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잘 알지 못하던 주민들이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런 연결체계를 더 돈독하게 한다면 고독사 등 각종 노인 문제와 마을 해체 문제를 해결할 일차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제2, 제3의 마실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이 같은 시설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마실을 운영하는 활동가에 대한 지지와 지원도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사실 ‘사회복지’와는 전혀 무관한 공대생이었다. 하지만 공대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대를 결심했다. 그리고 군대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 좋았다. 결국, 말년 병장 때부터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다니던 대학교는 그만두고 다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마실 폐쇄 등을 겪으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 마을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들어 왔지만 “무슨 나쁜 짓을 하러 온 것 아니냐”며 욕을 하는 주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는 활동보다는 법인을 총괄하는 사무적인 일을 많이 하게 됐다는 점도 힘들었다. 다행히 마을 활동을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는 주민이 많아 힘을 냈다. 사단법인 회원들도 마을 활동을 지지하고 도움을 많이 줬다.

김 팀장은 “일반 시민이 사회복지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마을 활동에서도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는 마을 주민이 받기만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