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인 부산지역 대학가의 상권 중에서도 부산대 앞 상권의 쇠퇴가 유독 두드러진다. 부산대 핵심 상권인 부산대사거리 주요 건물이 텅 비면서 대학가가 활기를 잃었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최악의 불경기에 대학가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2000년초에 호황을 누렸던 부산대학교 입구 사거리에도 곳곳의 상가유리창에 임대스티커가 붙어있다. 김동하기자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사거리. 부산대 상권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곳의 대형 상가는 그 명성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건물 유리 앞에는 커다란 ‘임대’ 딱지가 붙었다. 사거리에서 가장 큰 건물이 잿빛으로 변하니, 거리 전체가 황량한 느낌이었다. 부산대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거리는 더 썰렁했다. 1층 안경 가게나 휴대전화 판매점을 제외하면 2층 이상 상가는 모두 비워져 창문에는 어둠만 가득했다.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일대 건물은 간판 하나 걸리지 않아 맨 벽이 그대로 드러났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폐점한 가게가 문을 연 가게보다 더 많았다. 대학가 전체가 생기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곳의 주요 고객은 부산대 부산가톨릭대 대동대 학생들이다. 아무래도 대학생들이다 보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한데, 최근에는 무지출 챌린지마저 유행하면서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대 이수진(25) 학생은 “불경기가 심하고 취업도 어렵다 보니 전반적인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가 중에서도 부산대 앞 상권 침체가 유난히 가속화하는 이유로는 다른 ‘핫플레이스’와의 접근성 부족이 제시된다. 부산대 앞과 연계할 수 있는 인근 상권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상권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보면 부산대앞 지난해 3분기 공실률은 18.2%에서 4분기 27.2%로 급상승했다. 부산지역에서 1분기 만에 10%가량 급속도로 공실률이 오른 곳은 부산대앞 상권과 광안리(2.9%→14.2%)뿐이다. 또 이는 부산지역 내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전체 상권 소규모 상가 공실률 7.9%의 3배에 달한다. 경성대부경대 상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0%인 것과 대조된다. 부산대 앞은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6.8%로, 부산 중대형 상가 공실률 14.9%보다 높았다. 경성대부경대의 경우 9.7%에 그쳤다.

남구 대연동 경성대부경대 상권은 도시철도 2호선을 중심으로 핫플레이스와 연계돼 있다. ▷서면 전포카페거리(전포역) ▷광안리해수욕장 일대(광안역) ▷해운대해수욕장 일대(해운대역) 등으로 곧장 갈 수 있다. 부산 대표 인기 상권과 연결되며 대학생뿐만 아니라 전연령층의 방문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경성대부경대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광안리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거나, 전포카페거리를 방문한 후 대연동으로 건너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지역의 상권과 인접한 특성이 경성대부경대 인근 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