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 때문에 설마 헷갈리지 않으셨죠. 제가 남자라는 사실 물론 모르시는 분 없겠죠. 어머머, 저 분 정말 모르나봐."
걸쭉한 입담과 실력있는 가창력으로 관객을 꽉채운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나온다.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자 모두들 일어서서 손뼉을 치면서 함께 노래한다. 평소 귀에 낯익은 노래도 있고, 다소 생소한 곡도 있다. 그래도 박수치고 함께 부르다보면 어느새 세상살이에 찌든 때가 사라진다.
이런 무대가 바로 '한낮의 유콘서트' 무대다. 한낮의 클래식 콘서트 무대라는 색다른 장을 개척해온 '한낮의 유콘서트'가 어느새 69회째를 맞았다. 69회 한낮을 콘서트로 적신 주인공은 바로 뮤지컬 배우 김호영.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주역, 최고의 공길(연극 '이'), '렌트'의 엔젤….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 부연설명하자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어린 호개 역 맡아 열연한 배우. 바로 뮤지컬계를 휩쓸고 있는 배우 김호영이다. 이런 김호영이 '한낮의 유콘서트' 무대서 마음껏 끼를 발산했다.
19일 오전 11시 롯데호텔 부산 아트홀에서 열린 '한낮의 유콘서트'는 질퍽한 토크가 가미된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김호영이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그의 숨은 매력까지 엿볼 수 있는 '유혹적인' 무대였다.
호리호리한 체구와 미소년풍 얼굴, 중성적인 미성 덕분에 그는 여성적인 남성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가 여장남자 역인 엔젤(렌트)이나 공길 역 배우 중 최고로 꼽히는 데는 워낙 출중한 그의 연기와 노래 실력도 있지만, 이들 배역이 여성적인 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모차르트 역은 김호영이 이런 이미지를 벗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천재의 내면에 자리한 광기와 피에로 같은 웃음을 소름이 끼칠 만큼 잘 표현하면서 배역의 폭을 넓혔을 뿐 아니라 현재 가장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이 배역으로 그는 올해 뮤지컬 어워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김호영은 뮤지컬 '왕의 남자' 중 '인연', 영화 '드림걸즈' 중 'one night only(단 하룻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중 'The winner takes it all' 등을 토크와 함께 들려줬다.
그와 함께 뮤지컬 팀 '뮤즈(Muse)'가 출연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오프닝 무대를 재현하고, 영화 '드림걸즈' 중 '무브(Move)' 'Stepping to the bad side(비뚤어질 거야)', 뮤지컬 '그리스'의 'You're the one that I want(내가 원하는 건 너뿐)', 뮤지컬 'All shook up(올 슉업)'의 'Burning Love', 그리고 영화 '맘마미아'의 수록곡을 들려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