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 전경. 국제신문DB

사용후핵연료(고준위)뿐 아니라 원전 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의 포화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부 원전에서는 중저준위 방폐물 포화율이 이미 10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방폐물 처리 기준과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 산하 원전 본부 중 중저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포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으로 2020년 12월 기준 105.3%를 기록했다.

이어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100.5%)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74.3%)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62.6%) 순이었다. 4개 원전의 평균 포화율은 82.9%였다.

방폐물은 오염 수준에 따라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전에서 나오는 폐필터·폐윤활유를 비롯해 작업복·장갑·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한 폐기물을 말한다. 통상 사용후핵연료를 일컫는 고준위 방폐물보다 위험도는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엄연한 방사성 폐기물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각 원전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폐물은 경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인도돼야 하지만 현재 각 원전에 계속 저장되고 있다. 처분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처분 방법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12월 기준 국내 원전의 중저준위 방폐물 물량 총 11만1335개 드럼 중 19%인 2만1295개 드럼만이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인도됐다.

특히 중저준위 방폐물 포화 문제는 고리원전 1호기를 필두로 원전 해체가 예정대로 수행될 경우 다량으로 발생하는 해체 폐기물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리 1호기 등의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존 운영 폐기물 발생량에서 단기간에 다량으로 발생하는 해체 폐기물까지 더해지면서 방폐물 발생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중저준위 폐기물의 처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다량의 폐기물을 임시 저장하고 있는 것이 원전 운영의 실태”라며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질서 있는 감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