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을 빚은 ‘해운대 2040 비전과 전략 수립 용역’(국제신문 지난 10월 31일 자 10면 보도)이 정치 쟁점으로 불거지고 있다. 용역 수행 업체의 총괄 책임자가 전임 시장 재임 시절 시 보좌관을 지낸 데다 상당수 용역을 2018년 이후 민주당 소속 기관장으로부터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용역사 측은 해운대구를 상대로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해운대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 해운대구는 2040 비전 용역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9일 조처를 내린 해운대구는 해당 용역사를 부정당 업체로 등록하는 한편 선지급된 기성금 등 1억6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11월 구비 4억9000만 원을 들여 용역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이다. 구는 이 용역 최종본의 실행 계획 60%가량이 경기도 한 지자체가 만든 비전 용역을 베껴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논란은 표절을 넘어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이 용역의 총괄 책임자 A 씨는 전임 오거돈 부산시장 재임기인 2018년 7월~2019년 7월 1년간 시 보좌관으로 일했다. 용역사 설립 초기부터 감사로 재직하다 보좌관에 임명되면서 임원직을 그만뒀다. 그러다 보좌관에서 물러난 뒤 다시 감사로 복직했다.

해운대구의회에 따르면 용역사가 2040 비전 용역을 수주하기 전까지 쌓은 용역 실적은 총 13건이다. 2017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이 발주한 용역(8225만 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2018년~2020년 사이 계약이 체결됐다. 용역 대부분은 수의계약 금액 기준인 5000만 원 이하의 소규모로, 업체는 별도의 입찰 경쟁 없이 용역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업체에 용역을 의뢰한 기관은 부산시(1377만 원) 부산시의회(2건·3177만 원) 부산시 인재개발원(1160만 원) 해운대구(3건·4060만 원) 남구(1820만 원) 사상구 (1919만 원) 경남도교육청(3건·3986만 원) 등 당시 민주당 소속이거나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단체장이 재임했던 기관이다.

이와 관련, 해운대구의회 서창우(국민의힘) 의원은 “2040 비전 용역 때 경쟁했던 업체 2곳은 해당 용역사보다 박사 수도 배 이상 많았고, 준비해 온 제안서도 훨씬 두꺼웠다. 민주당 소속이던 전임 청장의 영향이 있었지 않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용역사는 자신들이 ‘정치적 손해’를 봤다고 반발한다. A 씨는 “2018년 이전엔 기존 카르텔을 뚫을 방법이 없어 역차별을 받은 부문이 있다”며 “용역을 공동으로 수행한 (외부) 연구진의 원고를 구가 못마땅해 해서 시급히 전체 윤곽을 고쳐 검토를 부탁했지만 이를 제대로 보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표절이라고 주장한다”고 항변했다. 용역사는 해운대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