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가운데, 부산에서 열린 10번째 대통령 퇴진 운동 집회에 4000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인파가 몰려 탄핵 여론에 불이 붙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로 ‘1020세대’가 발언에 했는데, 초등학생까지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1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일대에서 두 번째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4500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운집해 탄핵 가결을 촉구했다. 조성우 기자

1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일대에서 두 번째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4500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운집해 탄핵 가결을 촉구했다. 사진은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이 단상에 올가가 발언 중인 모습. 조성우 기자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부산비상행동은 13일 오후 7시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윤퇴진) 촉구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내일 예정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4500명의 인파가 몰린 이번 집회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산에서 시작된 열흘간의 집회 중 가장 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취재진이 직접 집회 장소를 둘러보니, 쥬디스태화 일대 거리가 끝에서 끝까지 사람으로 가득 찰 만큼 빼곡했다.

이날 집회는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였다. 친구와 함께 오거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집회 장소 한쪽엔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부산 국회의원의 얼굴이 담긴 규탄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집회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시민 발언이 진행됐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여학생은 “얼마 전 계엄 사태 때 초등학교 5학년 동생한테 ‘언니 저희 죽어요?’라는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다”며 “저는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도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 싶고 동생들에게 더 멋진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어른들에게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건 이날 최연소 발언자인 연제구민이자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남학생이었다. 발언에 나선 초등생은 “이 자리에 오른 건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라며 “계엄령 선포 등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이 어찌 대통령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또 “아직 한창 놀 나이인데, 이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시민이 열심히 노력해달라”고 전했다.

수영구에서 온 김모(40대) 씨는 “젊은이들이 요즘 집회에 많이 온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접했는데 초등학생까지 발언에 나설 줄은 몰랐다”며 “국민의 뜻대로 국회가 표결을 진행했으며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집회에선 1차 국회 표결 때 참여하지 않은 부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을 두고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같은 당 조경태(사하을) 의원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 의원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등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윤퇴진 부산운동본부는 14일 오후 4시 국회 표결 직전인 오후 3시 부산진구에서 한번 더 집회를 개최한다. 만약 내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부결 때는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이어나갈 방침이다.